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우려가 총선을 앞둔 연말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기금본부 독립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기금운용 독립성을 강조해온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차기 이사장으로 사실상 내정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년 1월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대한 인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14일 마감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공모에 문 전 장관과 울산과 제주 지역 교수 2명이 지원한 가운데 공단 이사장 임원추천위원회가 이들을 대상으로 21일 면접을 실시한데 따른 일정으로 보인다.

공단 이사장 공개모집에는 문 전 장관을 비롯해 울산과 제주 지역 대학 교수 등 3명이 최종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문 전 장관이 사실상 차기 이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복수의 후보 가운데 복지부 장관이 한 명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치기는 하지만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때 당시 박근혜 캠프의 비공식 정책 자문그룹으로 활동한 게 인연이 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앉았다는 설이 많았다. 

이런 연유로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 공단 이사장에 임명되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작업 급물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문 전 장관은 기금운용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2007년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시절 발표한 논문에서 “기금운용 독립성 확보를 위해 기금운용위원회를 특정 부처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행정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부처 영향력에서 벗어나 기금운용 권한과 책임을 복지부에서 분리, 별도의 독립적인 기구로 이양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복지부 장관 재임 시절에는 기금운용 전문성과 수익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떼어내 별도의 독립된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난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기구화, ▲국민연금정책위원회 위상과 전문성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대표적이다. 

당시 문 전 장관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부실 대응 논란으로 경질론에 시달리지만 않았다면 기금본부 공사화 논의도 탄력을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장관이 차기 이사장에 내정될 경우 기금본부 공사화 일정은 내년 4월 총선 이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야당의 분열로 여당이 승기를 잡을 경우 기금본부 공사 추진은 기정사실로 굳혀질 것이란 것이 정계 관측이다.

현재 김성주 의원은 자신이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로 있는 한 관련 법안 통과는 절대 없다고 자신하지만 내년 총선 이후의 상황은 충분히 가변적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내년 6월 20대 국회가 새로 구성되면 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안이 제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여당 강행으로 내년 하반기 중 법안이 통과되면 2017년부터 기금본부 공사가 출범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김성주 의원은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는 정치적 문제다”면서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예산인데 이것을 손에 쥐고 흔들려고 하는 정치권과 일부 금융세력의 음모이며 이는 돈놀이꾼 수중에 돈이 들어가는 것과 다름아니다”고 혹평했다.

/고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