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유망주'라는 표현을 쓴다. 한 분야에서 대성할 가능성이 큰 인물을 이르는 말로 축구에서는 더욱 잦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숙해야 최고의 기량을 뽑아낼 수 있는 종목의 특성 탓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연령에 따라 기량차가 크다는 뜻이다. 축구에서 연령별 대표팀이 존재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다. 나이차를 실력으로 극복한 '월반아'가 대표적 경우다. 올림픽대표팀 신태용호를 들여다보면 된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겨냥한 올림픽축구대표팀이 17일 울산에서 마지막 국내 소집훈련에 돌입했다.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받은 선수들은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출전 명단에 들기 위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이번 소집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모두 29명이다. 

특이한 점은 다채로운 연령대다. 올림픽대표팀은 와일드카드를 제외하고 23세 이하(U-23) 선수들로 꾸려진다. 대회가 내년에 열리기에 현재 22살인 1993년생이 주축이 되어야 하지만 신태용호는 조금 다르다.

29명 중 1993년생은 13명에 불과하다. 1~2월에 태어나 학년이 빠른 1994년생을 포함해도 15명이다. 나머지 14명은 '월반'한 21살 이하의 선수들이다.

아직 최종 엔트리 확정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1993년생 선수들이 주축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절반에 가까운 월반아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먼저 1살 아래인 1994년생들의 도전이 거세다. 권창훈(21·수원)을 중심으로 10명이나 부름을 받았다.

미드필더 권창훈은 이미 유망주 타이틀을 벗었다. 올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성인대표팀에 데뷔, 7경기에서 3골을 뽑아내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한 살 많은 형들 사이에서 주눅들 이유가 없다.

스페인 무대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지언학(21·알코르콘)도 있다. 지언학은 지난 10월 호주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처음 올림픽대표팀에 승선, 첫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며 신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 밖에도 골키퍼 김동준(21·연세대)과 구성윤(21·콘사도레 삿포로), 김승준(21·울산) 등은 꾸준히 대표팀을 오가며 신 감독의 두둑한 신뢰를 받고 있다.

1995년생도 숫자는 적지만 존재감이 뚜렷하다.

신태용호의 공격진을 꾸렸던 박인혁(20·프랑크푸르트)과 최경록(20·상파울리)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모두 소속 구단이 소집에 난색을 표하거나 부정적인 뜻을 전해 울산에는 합류하지 못했다.

대신 정충근(20·낭트)이 새롭게 합류했다. 중학생이던 지난 2010년 8월 프랑스로 옮겨간 정충근은 꾸준히 기량을 갈고 닦아 현재 낭트 2군에서 윙어로 활약 중이다. 빠른 스피드가 강점으로 꼽히며 이번 훈련에서 신 감독에게 기량을 점검받는다.

막내인 1996년생은 패기넘치는 모습으로 신태용호의 한 자리를 노리고 있다.

지난 9월 포르투갈에서 데뷔전을 치른 황문기(20·아카데미카)가 처음으로 대표팀에 승선했다. 대학생 신분인 황기욱(19·연세대)도 형들 사이에서 기량을 뽐낼 예정이다.

이미 실력 검증을 마친 황희찬(19·FC리퍼링)도 있다. 지난 10월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맹활약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다만 소속 구단의 반대로 이번 소집에는 응하지 못했다.

동생들의 거센 도전에 1993년생 선수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소집 첫 날 강동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류승우(22·레버쿠젠)는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다. 울산에서 감독님께 최대한 어필해서 주전경쟁에서 이기겠다"며 뒤처지지 않겠다는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4년전 런던 대회에서 구슬땀을 흘린 선수들은 소중한 경험을 안고 돌아와 한국 축구의 주춧돌로 성장했다. 현재 슈틸리케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기성용(26·스완지 시티), 구자철(26), 지동원(24·이상 아우크스부르크),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 정우영(26·빗셀 고베) 등이다.

내년 8월 브라질 리우에서 땀방울을 쏟아낼 신태용호의 선수들 역시 미래 한국축구를 받칠 훌륭한 재목들이다.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선수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지켜보는 축구팬들은 즐거움이 배가 된 셈이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