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기계'가 정보기술(IT) 산업의 고속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인지 능력을 갖추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 기술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의사 대신 환자의 MRI 사진을 판독하고, 인간보다 완벽한 운전을 통해 곳곳에서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거나 보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IBM은 14일 신년 사업 설명회를 열고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이 제시한 '코그너티브 비즈니스(Cognitive Business)' 전략을 소개했다. 

김연주 한국IBM 상무는 "코그너티브 비즈니스는 머신러닝 기술을 IBM 관점으로 표현한 키워드"라며 "인간처럼 사고하고 판단하는 기술의 인지 능력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IBM은 인공지능 '왓슨'을 각종 퀴즈쇼와 체스 경기에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왓슨은 인간과의 대결에서 여러 차례 승리를 거두며 '인간보다 똑똑한 기계'로 자리매김했다. 

머신 러닝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사람 얼굴 인식하기, 음성 인식을 통한 인터넷 검색 등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제는 기계가 의사 대신 MRI 촬영 차트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고, 사람 대신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모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했다. 

배영우 한국IBM 상무는 머신 러닝이 암을 판독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인공지능 기술은 의료계에서 특히 각광받고 있다"며 "기계가 MRI 사진을 읽고 구체적인 암을 진단하고 처방까지 내리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또 "머신 러닝은 모든 데이터와 경우의 수를 빠르게 분석해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보완한다"며 "인공 지능 기술을 각 산업에 적용하면 업무 효율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머신 러닝을 사업 키워드로 정하고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구글은 최첨단 머신 러닝의 결집체로 자율주행차에 주목했다. 머신 러닝은 다양한 운전 정보를 판단할 수 있고, 인간처럼 음주나 감정에 휘말릴 우려가 없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의 슈미트 회장은 지난 10월 국내 강연을 통해 "컴퓨터가 인간의 인지능력을 따라잡는 머신 러닝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자율주행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며 "기계의 시야는 360도로 인간의 시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방대한 운전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해 정확한 차량 조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시범 모델은 올 상반기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도로를 실제 주행했다. '코알라'로 불리는 이 차량은 핸들과 브레이크 페달 없이 무인 운전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검색 포털 '빙'에 다양한 머신 러닝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머신 러닝이 이미지 자동 추출, 동영상 검색 등을 통해 이미지 정보까지 섬세하게 가려내는 시대를 열었다. 

예를 들어 '강아지'를 입력하면 강아지의 특장점을 기계가 인식해 수많은 동영상과 이미지 중 강아지가 들어간 자료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동영상을 검색할 수도 있다. '강아지가 밥을 먹는 장면'을 검색하면 '강아지'와 '먹는 장면'이란 키워드가 맞물려 관련 행동이 나타나는 동영상을 이용자에게 추천할 수 있다.

해외 인터넷 사업자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머신 러닝을 서비스에 속속 도입하고 있다.

카카오는 기계가 이용자의 검색 습관을 분석해 관심 콘텐츠를 자동 추천하는 '루빅스' 프로그램을 포털 다음에 도입했다.

평소 '프로야구'를 즐겨 보던 이용자에게 '메이저리그' '한국시리즈' 등의 관련 뉴스를 다음 메인 뉴스에 표출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올들어 빅데이터 기반의 머신 러닝 기술을 검색 서비스에 대거 탑재했다. 

모바일 검색에 들어간 '지역 검색' 기능은 사용자의 지역 검색 의도를 분석해 검색 결과를 가이드북 형태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전주한옥마을'을 검색하면 화보 뷰어를 통해 한옥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으며, '한복체험', '막걸리 골목' 등 인기 테마가 자동 추출되기 때문에 처음 방문할 경우 무엇을 하는 게 좋을 지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이미지·동영상 검색결과를 유사 항목별로 재구성하는 '멀티미디어 검색' 기능도 강화된다. .

이 시스템은 산발적으로 제시되는 이미지와 동영상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네이버는 유사 이미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을 자동으로 추출하고, 여기에 문서 출처 분석을 통해 최종적인 콘텐츠 노출 순위를 정할 방침이다.

이를 활용하면 다양한 멀티미디어형 콘텐츠들이 유사 카테고리별로 분류된다. 

최근 열린 네이버 검색 개편 설명회에서 김광현 네이버 검색연구센터장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이용자들의 모바일 검색 정확도에 대한 기대가 PC검색을 앞질렀다"며 "빅데이터를 발판으로 이용자가 검색하기 전, 시스템(머신 러닝)이 이용자 검색 의도를 분석해 추천하는 서비스가 더욱 대중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