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부터 가계대출의 문턱이 높아진다. 과연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세에도 제동이 걸릴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3분기 1166조에 달한 가계부채는 저금리와 주택거래 호조 속에서 치솟을 대로 치솟아 올 연말 12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둔 시점에서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내놓고 소득심사 강화를 골자로 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기로 했다.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갚을 수 있는 만큼 빚을 빌리도록 하는 원칙을 세우고, 소득심사를 강화해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가계부채의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대출을 받는 것 자체가 깐깐해지면 수요는 단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3분기(7~9월) 기준 480조원으로 1년 전보다 35조원 가량 급증했다. 지난 10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87조5000억원으로 한 달새 7조5000억원이 늘어은 고공행진은 계속됐다.

정부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와 저금리 속 전세난 등에 떠밀려 빚을 내 집을 산 가구가 크게 늘어난 데다,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려 만기를 연장하거나 추가 대출을 일으킨 대출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출 소득심사가 강화되고 일시상환에서 분할상환 방식이 적용되면 소득이 불분명하거나, 투기 목적의 대출자들의 수요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원리금 상환의 가능성을 높이면 부실화 위험을 낮출 수 있게 되고 가계대출의 질적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20~30대의 실수요층이나 고정적인 소득이 불분명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거치기간을 길게 두고 이자비용을 내지 않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요도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시적인 감소세는 있겠지만 이번 대책이 주택담보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집단대출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월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383조3000억원 중 집단대출은 104조6000억원으로 약 27%를 차지하고 있다. 

집단대출은 대부분 아파트 분양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아파트 물량 급증이 이어질 수록 가계부채 증가세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49만호로 지난 2000~2014년까지의 연평균 27만호를 크게 웃도는 2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인호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실제 대출심사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분양 중도금 집단대출은 최근 분양물량 급증과 함께 예년보다 3~4배 정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가계부채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강민석 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도 "부동산경기 호조세에 일정부분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겠지만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거래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분양시장의 경우 대출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아 오히려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