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부처님은 삶에서 살인마도 제자로, 공동체 식구로 품어 안았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 사건이 한 위원장의 자진출두와 구속으로 일단락되었다. 형식은 자진출두였지만 조계사 신도들의 압박과 그 배후의 압력에 못 이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자진 출두할 때 승려 도법이 함께 걸어 나온 것은 결국 도법이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그러나, 승려 도법이 '화쟁 정신'을 강조하면서 공권력과 사회약자인 노동자·농민을 상징하는 해고 노동자 사이에 선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상균 위원장이 머무는 동안 조계사 주변에서 보수단체는 '한상균 위원장 체포'를 요구했다. 조계사 일부 신도들은 한 위원장의 출문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려들은 강제구인에 대해서는 "공권력 투입은 한국불교를 짓밟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언젠가부터 조계사는 '재야세력'이 살아있던 시기의 명동성당을 대신할 수 있는 대한민국 성지로 급부상하였다. 이런 급부상은 잇단 범계승 의혹 등으로 인해 날개없이 추락하는 조계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보여준 국민들의 불교에 대한 강한 불신이라는 역풍도 그에 못지 않다. 

조계종과 승려 도법이 처음부터 한상균을 품은 것은 부처님 품에 날아온 비둘기의 생명을 자비롭게 보호하려는게 아니라 동국대 사태, 용주사 재판, 불교닷컴 등에 대한 훼불 주장으로 들끓는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도법 화쟁론의 가면을 잠시 빌리려 했다는 것이다. 진짜 부처님 뜻을 펴기 위해서라면 승려 도법은 조계종 승려들에게 '성소' 운운하지 말고 오직 부처님 품으로 날아 들어 온 사회적 약자와 생명을 지키고 싶다는 '승려'로서의 마음과 자세 만 이야기하라고 가르쳐줘야 할 것이다. 

20여일 넘게 조계사에 머물던 한 위원장으로서는 조계사에서 노동계로서 고마운 '귀중한' 시간을 번 것도 사실이다. '국정교과서'로 쏠려 있던 여론을 '노동법 개악' 등으로 방향전환 시켰으며,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켜 노동자와 농민의 의견을 홍보한 것도 사실이다. 평화 시위의 정착에도 큰 기여를 했다. 한 위원장 한 사람이 노동자, 농민의 입장에서 이런 커다란 성과를 거두게 한 공은 역시 승려 도법 등에게 돌려야 할 것 같다.

자진 출두 시기까지 승려 도법의 모습은 꼼수인지 묘수인지 알 수 없는 '신의 한 수'임에 틀림이 없다. 동국대 이사장의 절도 의혹, 총장의 표절 의혹, 용주사 주지의 은처 의혹과 용주사 폭력사태 등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조계종은 한 위원장의 보호(?)라는 미명 아래 재가 불자들의 성토 목소리를 잠시 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런 목적이었다면 오히려 더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이번 일로 인해서 그동안 권승들을 묵인해줬던 보수세력의 수염을 건드리고 태우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얻은 성과만큼 앞으로 조계종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 같다. 향후 더 이상 조계종에 대한 보수세력의 선처(善處)는 기대하지 않는게 좋을 듯 싶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세력과 조계종의 연결고리를 끊은 이번의 한 위원장의 조계사 체재는 매우 긍정적인 것은 아닐까? 

소성거사 원효의 화쟁은 실정법이 아닌 불법(부처님의 정법)의 일이다. 그런데 조계종은 '성소' 운운하며 커다란 착각을 드러냈다. 공권력 앞에 치외법권은 없으며 현대사회에서 소도는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조계사 경내로 들어오는 것은 부처님의 성소를 침범하는 것이라며 못 들어 오게 한 것은 엄연한 실정법 위반으로 불법(不法)이지 불법(佛法)도 아니다. 왜냐하면 조계사는 성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교의 불·법·승 삼보에 '절'은 들어 있지 않다. 

특히 권승들이 조계종의 개혁과 정화에 침묵하고 있는 한 조계사는 성소가 아니라 거꾸로 비법이나 훼법의 온상일 수 있다. 정말 조계사를 성소로 만들고 싶다면 스스로를 맑고 밝게 하는 수 밖에 없다. 그게 부처님 법이고 가르침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하도겸/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