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살리기' 사업 4건에 대해 대법원이 모두 적법하다는 최종 판단을 10일 내렸다.

 '4대강사업 위헌·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이 2009년 11월과 2010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 취소 등 4대강 정비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는 행정소송 등을 서울행정법원, 부산지법, 대전지법, 전주지법 등 4개 법원에 낸 지 6년여 만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이미 지난 2013년 2월 완료된 바 있어 이번 대법원 판결을 놓고 뒤늦은 판단이라는 비난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사업의 적법 여부에 대해 정당하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지만, 이미 사업이 종료한 이후로 나온 결론이어서 실질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0일 경남 지역 주민 1819명이 낙동강 사업과 관련,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하천공사시행계획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사정판결을 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대법원이 직접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4대강 사업이 국가재정법과 환경영향평가법, 문화재보호법 등을 위반했다는 소송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국가재정법령에 규정된 예비타당성 조사는 예산의 편성을 위한 절차일 뿐"이라며 "처분에 앞서 거쳐야 하거나 근거법규 자체에서 규정한 절차가 아니므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은 하자가 곧바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처분의 하자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영향평가가 3개월여 만에 이뤄져 그 내용이 일부 부실하더라도 그 정도가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입법취지를 이룰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주민설명회 등 절차를 거쳤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이 제시된 점 등도 함께 고려했다

 또한 홍수 예방과 관련해 "기후 변화 등으로 장래 발생할 수 있는 홍수나 그로 인한 피해를 예측해 대책을 세움으로써 예방할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렵고 사업 내용 중 준설, 강변저류지 설치 등은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홍수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용수확보 측면에 대해서도 "사업 추진 전인 2006년 작성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더라도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고 최근 기후 변화로 이상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의 내용은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도 적정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문화재보호법 역시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행정 계획 수립 단계에서 사업성이나 효율성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과학적·기술적 특성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업성에 관한 행정주체의 판단에 정당성과 객관성이 없지 않는 한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날 오전 최종 판결이 난 금강(주심 이상훈 대법관) 사업을 비롯해 같은 취지의 영산강(주심 박보영 대법관)과 한강(주심 김용덕 대법관) 사업과 관련한 소송도 모두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한 행정소송은 지난 2009년 국민소송단이 처음 제기한 지 6년여 만에 모두 마무리됐다.

한편 소송을 진행한 국민소송단은 대법원 판결이 정치적 판결이라면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이날 선고난 이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이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은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지 못한 잘못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행정처분 무효 확인이나 취소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소극적인 판단일 뿐 4대강 사업에 대한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의 판결은 낙동강 사업에 대한 고등법원의 국가재정법 위반 판결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라며 "향후 수조원의 예산이 수반되는 개발사업에서 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해도 좋다는 선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용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