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복지사업 가운데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중복되는 사업을 정비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부터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때 정부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인 법령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유사·중복사업 정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지자체 자율정비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 한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7일 전북도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개정안을 심의?의결, 지자체가 사회보장기본법상의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할 때 정부와 협의?조정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그 결과를 따르지 않을 경우 지방교부세를 감액토록 했다.

앞으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다양한 복지사업에 중앙정부가 강제로 제동을 걸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마련된 것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보완 지침’을 내렸다. 

전북은 정부로부터 총 308억3,100여만 원이 투입되는 91개 복지사업에 대한 정비 통보를 받았다.

전북도와 도내 시군구 매칭 사업(다문화가족, 장애인, 저소득한부모가족 관련 사업) 등 17개, 전주시 9개(기초수급자, 노인일거리, 취약계층 등), 군산시 8개(자활기금, 가족여성복지프로그램 등), 익산시 7개(자녀입양, 폭력피해 이주여성보호 등), 정읍시 6개(경로우대지원, 저소득층 특별생계보호비 등) 사업이 이에 해당된다.

또 남원시 3개(신생마을 환경개선, 장수수당 등), 김제시 4개(노인 사회활동, 청소년 육성 보호 등), 완주 3개(지역아동센터 간식비?종사자 수당 등), 임실군 10개(새터민 정착지원, 출산장려 등) 사업이 포함된다. 

또 민간어린이집과 장애인시설에 투입되는 시설 지원사업, 저소득층 생활비·난방비 지원사업 등의 지원내용과 방식변경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 사업이 통폐합될 경우 도내 14만여 명의 취약 계층에 복지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복지혜택 감소 논란이 일자 정부는 보완지침을 통해 ‘지자체가 정비 필요성을 인정한 사업의 정비 결과’만을 제출하게 했다.

또 지자체의 유사?중복사업 정비 내용에 대한 사후 점검은 올해가 아닌 내년 지역복지사업 평가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복지부의 보완 지침에 도내 일부 지자체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정비권고’ 사항을 두며 유사ㆍ중복사업의 정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이를 자율로 포장하려 한다는 것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교부세 감소 등 경제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 “정부의 자율적 시행지침이 정말 자율적으로 이뤄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