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가 끝난 들녘에 촉촉이 내린 가을비가 무척 반갑다. 지금 내리는 비는 목마름을 덜어주는 축복의‘단비’이다

 1973년 이후 올해가 전북지역에 비가 가장 적게 내렸다. 11월 16일 까지 강수량은 776.2mm로 평년 1,268.9mm의 61.2% 수준으로 492.7mm나 적다. 저수율도 전국 평균 48% 보다 16%나 낮은 32%로 가뭄이 극심하다는 충남지역보다도 낮고, 특히, 섬진강댐 저수율은 10% 이하로 전국 댐 중에서 가장 낮다. 다행히 금년 농사가 끝나 한숨 돌릴 수 있지만, 당장 내년 농사가 걱정이다.

 사실 가뭄대책은 말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 예전에는 관정을 파고, 개울이나 저수지에서 양수기로 퍼 올린 물을 다단 양수까지 하여   모내기를 하였다. 그러나 금년 농사가 사상 최대의 풍작으로 정부에서는 쌀 수급안정 대책 수립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 쌀 소비량보다도 생산량이 많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쌀이 부족한 시절에는 양수 작업을 해서라도 모내기를 할 필요가 있었지만, 쌀 생산이 과잉인데, 내년에도 물이 부족한 논까지 모내기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기상청 발표 예보를 보더라도 내년 6월 장마철 이전까지는 많은 비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 10년 정도는 가뭄이 지속 될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가뭄 대책을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기보다는 모내기가 불가능한 논은 밭으로 전환하거나, 논에 타 작물재배를 확대하자.

 전북지역은 지리적으로 4대강 물을 끌어 올 수도 없고, 현재 저수율이 30% 이하인 지역은 내년 봄까지 많은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모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저수율이 낮아 물 부족이 예상되는 지역을 조사하자. 전북 지역 2,248개 저수지 수혜면적 104.5천ha중 저수율 30% 미만인 10.4천ha에는 벼 대신 가뭄에도 강한 콩, 옥수수, 총체벼, 사료작물 등을 재배하자. 정부와 지자체에서 논에 타작물 재배를 확대하기 위해 장려금으로 ha당 300만원(국비, 도비, 시군비)을 지원하면, 가뭄도 해소하고 적정 쌀 생산도 할 수 있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몇 년 전 벼농사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호주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수 백 킬로 떨어진 댐에서 연결한 관을 통해 끌어온 물을 논에 공급하면서, 논에 사용한 물을 체크하기 위해 계량기를 설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농사를 짓고 남는 물은 흘러 보내지 않고, 논 가장자리에는‘둠벙’을 파놓은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되었지만, 농업용수, 공업용수, 식수 등을 아직도 헛되게 낭비하는 물이 많다. 전북지역은 제한 급수까지는 가지 않아 다행이지만, 지금부터라도 물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지혜를 모으고, 하천 유지용수 방류 최소화, 저수지  준설작업 등 내년 농사를 위한 가뭄 대책을 서두르자.

농촌진흥청 식량산업기술지원단 전문위원 성신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