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금융회사가 고객의 민원·분쟁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금전적인 책임을 물게 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증가하는 고객 민원·분쟁에 대한 금융회사 실태 평가를 매년 진행, 문제를 유발하고도 개선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곳에는 분담금을 가중할 예정이다.

당국 차원에서는 분쟁 처리 절차를 이원화하고 조정 기능을 강화한다.

16일 금융감독원은 고객 불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금융회사에 금전적 부담을 지우고, 분쟁 유형에 따른 처리 기구 이원화 등의 내용이 담긴 '금융 민원·분쟁처리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의 고객 민원 처리 절차는 강화되고 문제를 일으킨 회사는 분담금을 부담하는 동시에 심할 경우 현장 검사까지 받게 된다.

그간 제기돼온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고객 분쟁 대응에 소홀하다는 지적과 관련, 먼저 금융회사의 역할을 강조해 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소비자가 금융회사에 요청 또는 고발하는 금융민원, 금전적으로 다투게 되는 분쟁민원은 지속 증가해왔다.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 민원·분쟁 건수는 지난 2011년 50만8107건에서 지난해 70만6759건으로 39.1% 급증했다.

이번 조치로 금융회사에는 개별 고객에게 취한 조치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하는 절차가 마련된다.

금융회사는 금감원이 마련한 피해자 유형별 조정 절차와 기준을 받고 이에 준해 민원 처리를 진행해야 한다.

또 각 회사별로 민원·분쟁 처리에 대한 ▲전담조직 구축 및 운영 실태 ▲인력 규모 및 전문성 ▲관련 규정과 매뉴얼, 위원회 운영 등의 적정성 ▲예방교육과 임직원 관리 실태 등의 항목을 매년 평가해 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자율조정을 통해 고객과의 마찰을 문제없이 해결한 금융회사는 실태 평가를 면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분쟁을 유발하거나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는 경우, 민원 처리 결과에 대한 감독분담금을 가중, 심하면 현장검사까지 진행된다.

금감원은 또 민원·분쟁을 분류해 단순한 사실 확인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민원을 맡는 '신속처리반'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민원을 전담하는 '특별조사팀'을 신설할 예정이다.

기존 분쟁조정위원회에는 전문 소위원회를 도입, 의료와 IT 등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을 사전 검토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의료 감정'의 경우 소비자와 보험회사의 견해차가 커 감정을 다시 받는 과정에서 시간 소요가 크고, 감정 결과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문제돼왔다.

이에 대해 의료 감정을 지원받을 수 있는 '의료인 리스트'를 사건 당사자에게 제공, 의료인 단체와 협의 아래 의료중재절차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한편 금감원은 각 금융협회와 금융회사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내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 내년 상반기부터 단계별로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