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대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황금색으로 물들여진 들녘을 지켜보는 농심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풍년으로 쌀이 넘쳐나지만 쌀 소비는 오히려 줄면서 정부의 쌀 재고량이 급속도로 불어나 제 값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13일 통계청이 내놓은 ‘2015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432만7,000톤으로 전년 424만1,000톤보다 8만6000톤(2%) 늘어났다.

실제 생산량은 통계청이 지난달 내놓은 올해 예상생산량 425만8,000톤보다도 6만9,000톤 많은 양이다.

이 가운데 전북은 전북이 70만1,000톤으로 전남(86만6,000톤)과 충남(82만8,000톤)에 이어 전국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았다. 

전국 생산량의 16.2%를 차지하는 양으로 전년(67만9,393톤) 보다 2만1,607톤 늘었다.

한마디로 '대풍'이다.

쌀 생산량은 지난 2012년 당시 62만1,996톤을 기록한 이후 2013년 68만458만톤, 2014년 67만9,393톤 등으로 3년 연속 증가세다.

이처럼 풍년이 마냥 기쁜 것만이 아닌 이유는 쌀 가격 하락이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쌀 가격 하락의 원인은 쌀 소비량 감소와 정부의 시장격리물량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평균 쌀 소비량은 65.1kg으로 조사됐다. 전년대비 2.1kg이 줄었다. 

특히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재고량도 늘어만 가고 있다.

전국 쌀 재고량은 9월말 현재 136만톤으로 적정 규모인 80만톤 보다 약 56만톤 많다. 

이 수치는 지난 2010년(150여만톤) 이후 최대치다. 

이 가운데 도내 정부양곡 재고량은 25만6744톤이다. 

지역별로 보면 부안군이 3만5,725톤으로 가장 많고, 이어 김제시 3만5,204톤, 익산시 3만1,07톤, 고창군 2만9,047톤, 군산시 2만7,120톤, 정읍시 2만6,761톤, 남원시 1만8,868톤, 임실군 1만2,811톤, 순창군 1만1,889톤 등의 순이다.

재고량의 가장 큰 원인은 관세화 유예대가로 증가한 의무수입량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의무수입량은 1995년 5만1,000톤에서 2014년 50만톤 내외로 늘어나고 있다.

재고가 늘다보니 정부의 매입은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올해 공공비축미를 지난해 87만톤 보다 37만1000톤이 줄어든 50만톤만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쌀 가격 하락폭은 기업과 정부로부터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전북 쌀에게 더욱 크게 다가온다.

농협이 지난해 전국 8개 광역자치도에서 매입한 쌀 가격(40㎏)을 비교 분석한 결과 전북 쌀 가격은 5만1,444원으로, 경기미(6만500원)에 비해 9,056원이 낮았다.

특히 시중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이 보다 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20㎏기준 고창 농협 ‘황토배기신동진’은 4만9,900원에 팔리고 있었지만, 경기 여주 ‘여주 대왕님표’는 6만7,500원에 팔려 무려 1만7,600원의 차이가 발생했다.

품질은 전북이 다소 앞섰다.

롯데상사가 올해 쌀 유통산업 진출을 위해 전국 각지의 쌀을 대상으로 품질 검사를 실시한 결과, 고창 쌀은 종합점수 90.1점을 받아 여주 쌀 86점 보다 높았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가 지난해 선정한 ‘고품질브랜드’쌀 12개 가운데 5개가 전북 브랜드 일 정도로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쌀이 자라는 시기에 전반적으로 기상여건이 양호한데다 병충해와 태풍 등의 피해가 없었다”면서 “등숙기에 접어들어선 일조랑이 증가하는 등 후기 기상여건도 호조를 보인 것이 풍년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북농민을 포함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14일 서울에서 쌀 값 안정을 촉구하는 투쟁에 나섰다.

/고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