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각종 소비대책으로 내수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추세적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내수·수출의 균형 발전은 요원한 상태다. 

수출 제조업은 그 동안 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끄는 효자 노릇을 해 왔지만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내수만으로 힘겹게 경제를 끌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434억69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8% 감소하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올해 들어 최대폭이자 2009년 8월(-20.8%) 이후 최대폭의 감소세다. 

◇정부 정책으로 내수는 개선됐지만…

최근 내수 관련 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정부는 향후 경기에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통계청이 지난 30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4% 증가해 2011년 3월(4.0%)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4.4% 늘어난 것이다. 

제조업(+1.9%)과 서비스업(+1.2%) 생산이 증가했고 공공행정(+12.1%)과 건설업(+4.9%) 부문은 큰 폭으로 늘었다. 소매판매(+0.5%)와 설비투자(4.1%)도 플러스를 나타냈다.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그랜드세일 등의 영향이 소비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주면서 내수가 개선되고, 다시 생산·투자 활동의 회복세로 연결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개선세에 기획재정부는 "10월 이후에도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며 "자본재 수입 증가세 확대, 분양물량 호조, 건설수주 증가 등을 감안할 때 투자도 3분기 개선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경제 버팀목 노릇 하던 수출, 요샌 골칫덩이 

 이처럼 내수가 경기를 이끌고 있지만 수출은 올해 들어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월 수출이 6년래 최악의 감소폭을 보인 데에는 주력 품목의 부진이 컸다.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한 선박(63.7%), 석유제품(-44.9%), 석유화학(-31.6%), 철강(-29.6%), 자동차(-1.3%) 등 주력 품목 대부분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업종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저유가와 공장의 정기시설 보수 영향이 겹쳐 5개월 만에 총 수출 물량이 감소로 전환했다. 해양플랜트 수출 없이 단가가 낮은 상선 위주의 거래만 이뤄지다 보니 선박은 반토막도 넘게 떨어졌다. 

대(對)중 수출 감소가 특히 심각하다. 우리의 제1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7월 -6.5% ▲8월 -9.2% ▲9월 -5.0% ▲10월 -8.0%의 추이를 나타내며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 자체가 주춤하고 있다는 점이 근본 원인이다. 중국은 가장 큰 수출 대상국이자 경쟁국이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7%대 성장을 포기하고 6.5~7%의 성장률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부진은 대외 환경으로 인한 영향이 큰 만큼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며 "기술경쟁력도 중국에 많이 따라잡힌 데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중국 기업의 덤핑 판매가 심각한 상황에선 우리 수출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잘 나가는 내수도 정책 힘 빠지면 소비절벽 우려 

 더 큰 문제는 지금 경제의 한 축을 이끌고 있는 내수 역시 정책의 약발이 떨어지면 계속 회복세를 보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최근 내수의 반짝 회복은 코리아 그랜드 세일,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소비활성화대책과 추석 효과가 겹친 면이 크다. 

이미 여러 차례의 재정과 통화정책을 쓴 상태이기 때문에 총알을 다 쓴 상태에서 4분기 소비 절벽과 재정 절벽을 맞닥뜨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내수 개선세를 이어가기 위해 4분기 재정 집행 등을 9조원 이상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김창배 연구위원은 "수출이 안 좋더라도 내수가 이를 보완한다면 바람직한 경제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내수가 살아난 것은 자생적인 측면이 아닌 정부 주도의 회복이기 때문에 진짜 내수가 괜찮아졌다고 보기가 힘들다는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성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