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가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탄식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잇따른 공사화방침이 전해진데다 기금운용본부 독립을 반대하며 기금운용본부장 인사 갈등을 불러온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기금운용본부 독립공사화라는 이슈가 전북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7일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최 이사장은 이날 오전 보건복지부에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지원하기 위해 자진해 사직서를 냈다. 

최 이사장은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지원하고, 임명권자의 강력한 국민복지 실현 의지 및 국정운영에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복지부가 인사파동을 계기로 최 이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배경에는 정부 정책인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반대한 것이 괘씸죄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진엽 장관은 지난 20일 세종특별시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는 것은 정부의 안"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최경환 부총리도 공사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지난 21일 광주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가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최 부총리는 "500조~600조원이나 되는 자금을 책임 있게 운용해야 한다"면서 "어떤 형태로 어느 시기에 (공사화)할 것인지 고려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앙정치권과 도내 정치권이 발끈하고 나섰다.

김정현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부대변인은 24일 논평을 통해 “정부는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로 전북도민을 두 번 우롱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김 부대변인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경환 부총리가 최근 들어 연이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의 불가피성을 들고 나온 것은 전북도민을 두 번 우롱하는 것”이라며 “LH공사 본사의 경남 일괄이전으로 한번 전북도민을 우롱하더니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까지 내걸고 철석같이 약속한 기금운용본부의 전북혁신도시 이전 대신 공사화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빈껍데기 이전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김 의원(새정치민주연합·덕진)은 23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시켜 별도의 공사로 만들고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을 저지시키려고 하는 음모가 숨겨져 있다”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최근 정진엽 복지부장관이 공사화 추진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처음 밝혔을 뿐만 아니라 지난 21일 최경환 부총리가 광주에서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는 것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며 “최 부총리가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것은 공단 내부의 공사화 반대 세력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최광 이사장을 솎아내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문제는 경제 문제가 아닌 정치적 문제인 만큼 내년 6월까지 막을 수 있겠지만 20대 국회에서 여당이 2/3 이상 차지하고 야당이 100석 이하로 떨어질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며 “공사화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여야 의석수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도민의 결집을 강조했다.

지방 정치권도 뿔났다.

전북도의회는 26일 성명을 통해 “정진엽 복지장관이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정부의 기존 정책과 입법안을 정면으로 뒤엎은 악의적 결정”고 지적했다. 

도의회는 이어 “정부가 그동안 기금운용본부의 전북이전을 수없이 공언했고 기금운용본부의 주된 사무소를 전북으로 명시한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2년 전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시켰다”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중단을 촉구했다. 

/고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