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은 누구나 ‘조급증’이 있다. 남보다 빨리 좀더 앞서가지 못한 불안감에서 온다. 조급한 마음은 몸을 망치고 부작용을 낳는다. 느긋하고 차분하게 처리할 일을 속성으로 하여 후회한다. 조급증이 심한 사람은 자기 주관이나 신중한 행동, 창의적인 판단 없이 임시방편에 익숙하다. 내 방식이 아닌 남이 만들어놓은 쉬운 길을 찾기 때문이다.

 초등교과서에 나오는 ‘윤회와 거위’ 얘기다. 윤회(尹淮)가 하루는 시골길 길을 가다 날이 저물어 주막에 들었는데, 주인이 하룻밤 유숙을 허락하지 않았다. 뜰에 앉아 있는데, 주인의 아이가 진주구슬을 가지고 놀다가 뜰 가운데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흰 거위가 곧 삼켜 버렸다.

 얼마 안 되어 주인이 구슬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자, 윤회가 훔친 것으로 의심하여 묶어두었다. 날이 새면 관청에 고발하려 했다. 윤회는 변명하지 않고 다만 말하기를, ‘저 거위도 내 곁에 매어두라’고 했다. 이튿날 아침, 거위의 배설물에서 구슬이 나온 것을 본 주인은 부끄러운 빛으로 물었다. ‘아니,어제 왜 말하지 않았소.’하니, 윤회는‘어제 말했다면 당신은 성질이 조급해 거위배를 갈라 구슬을 찾았을 것이오. 그래서 내가 욕을 참기로 한 것이오.’하였다. 이 분이 바로 세종대왕 때 대제학과 병조판서를 지낸 전북고창이 낳은 인물이다.

 맹자 공손추에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송나라에 어리석은 농부가 있었는데, 그는 논에 모를 심어놓고 벼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매일 아침 논으로 달려가 살펴보았다. 그런데 자기 벼가 남들의 벼보다 더디게 자라는 것이었다. 농부는 한 가지 꾀를 냈다.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논으로 나간 농부는 벼포기마다 모개를 살짝 뽑아 올렸다. 그랬더니 벼의 키가 한결 커졌다. 집에 돌아온 농부는 그날 일을 자랑했다. 아들이 서둘러 논으로 나가 보니 벼들은 이미 모개가 뽑혀 말라 죽어 있었다. 무슨 일이든지 조급하면 해가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공자(孔子)도 이런 말을 했다. ‘일을 빨리 하려고 서두르지 말아야 하고, 작은 이익을 보고 일을 시작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빨리 하려고 서두르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작은 이익을 보고 일을 시작하면 큰일을 이루지 못하게 될 것이다’?공자의 제자 자하가 평소 성격이 급하여 단번에 결과를 기다리고, 작은 일에 얽매이는 기질이 있어, 이같은 말로 제자의 단점을 보완해 주려고 한 말이다. 정치를 하면서 빨리 하려고 하면 좋은 정치가 아니고. 학문을 하면서 빨리 이루고자 하면 좋은 학문이 아니다. 노련한 사람들은 빨리 하지도 않고 천천히 하지도 않는 사이에 오묘함을 깨닫는다.

 앵무새를 키우는 세 사람의 지도자가 있었다. 세 사람은 앵무새를 키우는 방식이 달랐다. 첫 번째 사람은 앵무새가 울지 않으면 죽였다. 두 번째 사람은 어떻게든 앵무새를 울게 만들었다. 세 번째 사람은 앵무새가 울 때까지 기다렸다. 결국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백성을 섬긴 위대한 사람은 세 번째 지도자였다.

 성경잠언(19:2)말씀에 ‘지식 없는 열심은 위험하고, 조급히 일을 처리하면 그르친다.’고 했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 없다.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인생의 방향이 바르게 설정되었다면 속도 때문에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 조급함은 성공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조급함과 경솔함은 일을 그르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전후좌우 생각 없이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일이 된다.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그릇되지는 않은지, 사려 깊게 판단한 후에 신중하게 행동할 때 성공이 온다.

 큰 인물은 기다리는 사람이다. 일이 안 되도 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 운명이 나를 비켜가도 올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최후 승리자다. 조급함을 느긋함으로 바꿔 끝까지 기다리며, 침착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할 때,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성공은 조급하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의 몫이다.

   김재춘 전 완주동양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