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검찰 수사 협조 재개를 계기로 또 다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시민단체인 '사이버사찰 긴급행동'은 이달 20일 카카오 판교 사옥 앞에서 카카오톡 사찰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로 했으며 경쟁사 네이버는 자사 메신저 '라인'에 신규 보안 기술을 적용하며 프라이버시 논란에 대처하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달 6일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와 검찰이 통신제한조치(감청) 재개에 대해 실무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카카오의 검찰 수사 협조 재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 측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제한조치에 응하기로 했지만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라며 "단체대화방의 경우 수사 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대화 참여자들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처리해서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원활한 범죄 수사를 위해 수사 대상자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검찰에 제공한다는 설명이지만, 이번 감청 재개는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는 것이라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무혐의자 메시지는 익명 처리하는 개선안이 도입됐지만 프라이버시의 본질을 외면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통신비밀보호법과 대법원 판례(2012년 10월)에 따르면 송수신이 완료돼 서버에 보관된 자료는 감청 대상이 될 수 없다.

카카오톡 메시지 검열 요청은 검찰보다 국정원이 많다는 것도 쟁점이다. 최근 3년간 전기통신사업자의 감청협조 현황을 보면 국정원의 감청 수행비율은 96%에 달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전체 5846건의 감청 중에 가운데 5531건(95%)을 국정원에서 수행했다. 국정원 이외의 다른 수사 기관에서 감청협조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얘기다. 

전병헌 의원은 카카오의 결정에 대해 "지난해 카카오톡은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감청에 응하지 않기로 했는데 다시 협조하기로 했다"며 "이는 카카오톡 이용자를 기만하는 행위이자 자의적이고 불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IT업계 프라이버시 논란이 커지자 네이버는 메신저 '라인'의 PC버전과 모바일 버전에 종단간 암호화(end-to end encryption)를 적용한 '레터실링' 기술을 이달 13일부터 도입했다.

종단간 암호화는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메시지, 서버 저장 내용까지 암호화하는 기술이다. 종단간 암호화가 적용된 레터실링을 활성화하면 서버나 통신망 등을 통해 메시지가 공개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다만 이 기술은 레터실링을 설정한 이용자끼리 대화를 나눌 경우로 제한된다. 라인 이용자는 '설정' 메뉴의 대화·통화 항목에서 레터실링 기능을 활성화 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네이버는 사생활 보호 정책과 수사기관 자료 제공 현황을 담은 투명 보고서 발행을 연 1회에서 2회로 늘리기로 했다.

네이버 투명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 상반기 5054건의 압수영장을 받아 4345건(86%)을 처리하며 6만1734건의 이용자 정보를 제공했다.

네이버의 다음 투명 보고서는 연말께 공개될 예정이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