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이 공식화된 가운데 전북교육감을 포함한 일부 교육감들이 대안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누리과정 예산으로 야기된 ‘쩐의 전쟁’에 이은 ‘역사전쟁’이 교육부와 교육감들 사이에 펼쳐질 전망이다.<본보 13일자 1면>

교육부가 12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김승환 전북교육감, 장휘국 광주교육감, 민병희 강원교육감 등 교육감들이 대안교과서나 인정교과서를 따로 발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북도교육청은 같은 날 교육부의 교과서 국정화에 맞서 ‘대안교과서’나 ‘보조교재’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보조 교재는 특정한 사안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소형 책자로, 현재도 학교 현장에서 흔히 쓰인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정권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용이 다른 국정교과서가 등장할 텐데 그 혼란을 누가 책임질 거냐”고 비판했다. 

광주시교육청도 “한국사 국정화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독재적 발상에 맞서 인정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필수교과인 한국사와 별도로 ‘역사철학’과 ‘역사와 인문학’ 등 선택교과를 개설하고, 개설된 과목의 수업에 쓰일 인정 교과서를 교육감의 권한으로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교재의 공동개발과 공동활용을 위해 전국적으로 연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선택 교과는 교육부 승인 없이도 교육감이나 학교장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개설할 수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역사학자들과 역사교사들의 검증을 거친 다양한 교육 자료를 개발해 친일·독재를 숨기거나 합리화하는 내용이 학생들에게 비판 없이 전달되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강원교육청은 그러면서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도 인정도서의 경우 교육감에게 선택 권한이 위임돼 있는 만큼 균형잡힌 다양한 교수학습 자료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가 이룩해온 민주주의 가치와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일을 교육부가 강행하는 것은 오히려 국론분열과 혼란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다른 교육감들과 뜻을 같이 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오는 15일 강원도 강릉시 라카이 샌드파인에서 회의를 열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지역교육재정 문제 등에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 

일부 교육감들의 대안교과서 추진방안이 발표되자 교육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진보 교육감들이 대안교과서를 인정도서로 사용할 경우, 이를 금지한 교과용 도서 선정에 관한 규정 제17조 등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