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올 한해 고통을 겪었던 ‘보육대란’이 내년에 또 다시 되풀이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법률적 누리과정 예산 편성 불가를 외쳤던 김승환 교육감의 입장엔 변함이 없는데다 정부가 아예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내년 상황은 올해와 ‘판’ 자체가 다르다는 의미다.

▲정부, 누리예산은 의무지출경비!...관련예산 ‘0’원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누리과정 예산을 지자체의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는 내용의 2016년도 예산안을 지난달 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예산안을 보면 누리과정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교육부 요구안과 정부 반영액 모두 제로(0)다.

최대 현안인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국고 지원이 정부 예산안에 단 한 푼도 반영되지 않으면서 재정 파탄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전북교육청, 지방채발행액 기하급수 증가...허리 '부러질' 지경

올해 도내 어린이집은 1,626개소, 원생은 7만4,016명.

전북교육청은 올해 추경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 605억 원을 편성했다. 

이로써 본예산 202억원을 포함해 전북교육청의 올해 누리과정 총 예산은 807억 원이 소요됐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다.

전북교육청의 누리과정 순수예산은 2012년 206억 원에서 2013년 395억 원, 지난해 650억 원으로 3년 만에 4배가 늘었다.

예산 지원 증가 이유는 2012년까지는 5세 아동만 부담하던 것을 2013년부터 3~4세 아동까지 지원 연령이 확대된데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빚을 낼 수 밖에 없다.

현재 전북교육청의 지방채발행액은 지난 2013년 256억원(학교신설비용)과 2014년 276억원(학교신설), 1272억원(차환)으로 총 1,804억 원이다.

그러나 올해 연말까지 발행할 지방채는 이를 훨씬 상회한다.

2015년도 지방채는 5건에 총 2,420억 원이 발행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교육환경개선 821억 원과 공립유치원 신증설 109억 원, 교원명퇴 545억 원, 학교신증설 486억 원, 누리과정 459억 원이다.

여기에 교통·에너지·환경세와 담배소비세가 연말에 폐지되면 교육재정은 더욱 피폐해질 것으로 교육청은 보고 있다.

▲각 시도교육감...나도 못해!

실정이 이렇다 보니 이젠 타 시도 교육감들도 우후죽순 ‘불가’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이튿날인 9일 ‘예산 편성 불가’ 입장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는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고, 오히려 정부가 의무 편성해야 하는데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며 “교육 자치를 말살하는 몹시 나쁜 정책인 만큼 예산 편성은 불가하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교육청도 고개를 흔들고 있다. 

이재정 교육감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현재 예산편성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앞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 예산의 국비 편성을 경고했다. 

협의회는 지난달 8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일방통행 식 조치가 강행된다면 누리과정 예산 및 정부의 주요 시책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다”고 주장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누리과정 예산을 자체 편성하지 못한다”고 못을 박았다.

▲내년 보육대란 불가피...

이처럼 누리과정에 대한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줄다리기가 지속될 경우, 내년 1월부터는 도내 7만4,000명의 유아들이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축소돼 보육 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법률적으로 편성을 할 수 없다”면서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예산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오는 5일 울산에 모여 정기총회를 열고 지방교육재정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는 누리과정 예산 등 지방교육재정 관련 안건이 긴급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도교육감들은 누리사업 전면 포기와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청구 등 강력한 대응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고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