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당내 비주류의 핵심 인물들인 박지원 의원, 안철수 전 대표 등에 칼을 겨눴다.

23일 마지막 혁신안 발표를 끝으로 활동을 종료하는 혁신위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에 부패·비리에 연루된 당원들의 공천을 제한하는 당규 개정안을 보고했고, 이 개정안은 의결됐다. 

이에 따라 예비후보자 신청 이전에 1심과 2심 등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공천심사에서 제외된다.

금고와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된 사람을 공천에서 배제토록 한 기존 규정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이다. 

또 뇌물·알선수재·공금 횡령·정치자금법 위반·개인비리 등으로 기소만 돼도 공천관리위원회의 정밀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정치탄압에 따른 억울한 판결이나 기소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 재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공천에서 배제하지 않도록 예외조항을 뒀다. 

혁신위는 이날 오후에는 기자회견을 갖고 전직 당 대표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정세균·이해찬·문희상·김한길·안철수 의원 등 전직 대표들에게 험지에 출마하거나, 당의 전략적 결정에 따라줄 것을 요청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꼭 5명 뿐 아니라 앞서 우리 당을 이끌었던 분들에게 호소하는 것"이라며 "당이 어려운 상황이니 백의종군·선당후사 해달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 호소는 열세지역에 출마하는 것 그것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라며 "당의 여러가지 전략적 결정에 따라주고 본인들이 먼저 희생정신으로 판단해주면 고맙겠다"고 발언, 사실상 불출마까지 검토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이날 당무위원회를 통과한 당규 개정안에 따르면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박지원 의원, 재판이 진행 중인 김재윤·신계륜·신학용 의원 등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전직 당 대표인 정세균·이해찬·문희상·김한길·안철수 의원 역시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선언을 검토할 것을 요구받은 셈이다. 

문 대표 역시 희생을 요구받았지만, 이는 불출마 선언을 철회하고 본인의 지역구인 부산에 재출마하라는 것으로 다른 전 대표들이 요구받은 희생과는 수준과 결이 다르다. 

혁신위는 문 대표의 백의종군과 부산 출마를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워온 조경태 의원에 대해서도 "당의 정체성을 흔들고, 당원을 모독하며,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조 의원을 비롯한 해당 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실명을 언급하며 공격했다. 

비주류는 즉각 반발했다.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예외조항이 있다고는 하지만 검찰에 우리 당의 공천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의원은 "이는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며 "당을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했고, 분당이 아니고 통합을 통한 정권교체에 누가 필요한지는 국민이 판단하리라 믿는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본질적인 혁신에 우선 충실하고, 당이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안 전 대표는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서도 "지역 주민과의 약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제 지역구인) 노원병은 서민과 중산층이 아주 많이 모여 사는 곳이고, 그 분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혁신위의 요청을 거부했다.

조경태 의원은 "그동안 당 대표의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행위를 지적하고 당의 목표인 정권창출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며 "이게 해당행위라면 이 당은 문재인 대표 개인을 위한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당을 분열로 당을 찢어놓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해당행위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위와 문 대표에 대한 비판에 나설 계획이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