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추진한 꼬치구이 퇴출 입장을 번복하고 허용하는 방안을 밝혀 시류에 밀린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주한옥마을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상업성만을 부추긴다는 논란 속에 퇴출 결정이 내려졌던 한옥마을 내 꼬치구이전문점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23일 전주시에 따르면 한옥마을 내 영업중인 꼬치구이 가게 18곳이 시설 개선을 약속한데다 꼬치구이가 패스트푸드인지 명확하게 단정하기에 법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꼬치구이를 퇴출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재 영업중인 18개 가게는 환경개선을 조건으로 영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된 반면 신규 진입은 불허할 방침을 밝혀 형평성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신규 꼬치구이 진입을 막기 위해 지구단위계획도 구체적으로 재조정할 방침이다.

현재 성업중인 업소들은 꼬치구이 냄새와 연기를 줄이는 유리막과 연동설치, 전면부 창호설치, 꼬치막대기 수거용 쓰레기통 비치 등을 이미 마친 상태다.

전주시는 꼬치구이 신규 입점을 막기 위해 한옥마을 내 허용가능한 식품을 지구단위계획에 명확히 명기하기로 했다.

식품관련 불허와 허용 등 포괄적으로 명기된 부분에 허용할 식품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지켜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건물주와 면담 등을 통해 꼬치구이 가게 계약만료 후 업종변경을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같은 전주시의 결정을 두고 한옥마을의 정체성은 포기하고 일부 성업 중인 꼬치구이 가게의 주장에 굴복한‘오락가락’ 행정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주시는 당초 한옥마을의 상업성을 부추기고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꼬치구이 퇴출을 강력 추진해왔다. 

이같은 전주시의 퇴출 결정에 반발한 꼬치구이 업주들이 단체를 결성해‘대중적 인기’를 등에 엎고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꼬치구이 퇴출에 대한 전주시의 의지는 시험대에 올랐다.

결국 한옥마을 관광특수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꼬치구이 퇴출이 아닌 허용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일각에서는 전주한옥마을은 꼬치구이마을이라는 자조섞인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다. 

조봉업 전주시 부시장은 “꼬치구이 가게들이 강력 반발하는 시점에서 법적으로 퇴출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지구단위계획을 구체적으로 재조정, 꼬치구이 신규 입점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