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기관들에서 본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치가 갈수록 박해지고 있다.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올해 초까지만해도 3%대 성장을 내다봤지만 점차 회의적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2%대 후반대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 것이 무색할 정도다. 

사실상 1%대 '저성장 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객를 들고 있다.

23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 등이 내다본 우리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평균은 2.6%로 올해 초 3.4%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 

올 초까지만 해도 3% 이상의 성장을 기대했던 기관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속속 2%대로 수치를 낮추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의 데카뱅크의 경우 2.1%로 가장 낮은 수치를 제시해 1%대 저성장 시대의 서막을 우려하고 있다. 

노무라, IHS이코노믹스, ANZ은행, 웰스 파고 등도 줄줄이 2.2%로 전망치를 하향했다. 이와 함께 모건스탠리와 무디스, 코메즈방크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3%로 예상, 한국이 금융위기(2009년 0.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우려에 불을 지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2% 초반까지는 안 갈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해외 IB들의 우려는 최근 국내 경제 상황이 처한 수출·내수의 동반 부진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나온다. 

국내 경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민간소비는 다소 회복되고 있다는 전망 속에서도 신흥국 수요부진에 따른 수출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8월 수출은 393억25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14.7% 줄며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 2009년 8월(-20.9%) 이래 가장 낙폭이 크다. 유가하락에 환율을 낮춰 경제 하방 압력에 대응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에 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내수 역시 깔딱고개다.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9월호(그린북)'에 따르면 7월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각각 1.7%, 1.9% 증가했다. 

내수 경기가 메르스 영향에서는 점차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가 11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을 감안하면 최근의 회복세는 미약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오르는데 그치면서 9개월 연속 0%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와 인구 고령화, 청년 실업률 증가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경기회복 모멘텀을 제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경기 하방 압력은 외부에서도 계속되고 있어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으로 금융 불안이 확산되고, 여파가 우리나라로까지 미치면 경제 위기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분석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경착륙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정부의 예상이었던 7%대 성장에서 궤도를 이탈, 3~4%대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또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에서 점차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판매 경쟁을 벌이는 쪽으로 위상이 변모되는 추세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원자재 수출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경제국의 불안도 문제다.

정부에서 내다보는 성장전망도 점차 비관적인 상황으로 돌아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 차 방문한 터키 앙카라를 방문, "중국의 경기 둔화로 한국의 2016년 성장률을 당초 3.5%에서 3.3%로 내릴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내 정부·민간연구소들도 우리나라의 10년 후 잠재성장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월 우리나라의 GDP 잠재성장률을 2011년~2015년(3.1%)에서 2026~2030년 1.8%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2020~2030년 한국의 GDP 잠재성장률을 평균 1.7%로 전망했으며, 현대경제연구원도 2010~2014년 3.5%에서 머지않아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