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포츠도박에 중독,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부모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현직 중학교 체육교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5일 학부모들에게 자녀를 해외어학캠핑에 보내주겠다고 속여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 등)로 전주의 한 중학교 체육교사 김모(2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6월 학부모 47명을 상대로 뉴질랜드에서 일주일간 진행되는 해외어학캠프가 있다고 전화를 건 뒤 위조한 공문을 보내 총 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같은 파렴치한 김씨의 사기 행각의 뒤에는 ‘불법 스포츠도박’의 그림자가 두리우고 있었다. 

중학교 체육교사인 김씨는 매일 국내 축구?야구경기에 매회 20만원씩 배팅하는 불법 온라인 스포츠 도박에 중독돼 하루 평균 4~5회씩 배팅을 할 정도로 도박에 빠져들었다.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가진 돈을 탕진한 김씨는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교사’의 직위를 악용해 학부모들의 돈을 뜰어낼 궁리한 끝에 인터넷 뉴스에서 본 어학캠프 사기를 떠올리고 거짓 ‘어학캠프’ 서류를 만들어 실제 사기행각까지 이른다. 

도박에 눈이 먼 김씨는 학부모들에게 “뉴질랜드에서 1주일 동안 진행되는 해외어학캠프가 있는데 자녀들을 특별히 참여시켜 주겠다”며 적게는 110만에서 많게는 480만원까지 요구했다.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인 김씨가 사기를 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학부모들은 해외어학캠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선뜻 돈을 건넸다.

김씨는 학부모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가짜로 해외어학캠프 참가 학생 모집 내용을 담은 가정통신문과 일정표를 발송하기도 했다. 

또 학교의 눈을 피해 학부모들을 학교 강당으로 불러 해외어학캠프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이같은 수법으로 학부모들을 속여 받아낸 1억원 중 대부분을 스포츠 토토와 불법도박사이트에 모두 탕진했다. 

김씨의 사기행각은 해외캠핑을 가기로 한 여름방학이 시작됐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학부모들이 학교에 문의하기 시작하면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김씨는 ‘돌려막기’식 방법으로 3000만원 정도만 돌려주고 나머지는 모두 도박에 사용했다”며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용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