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관청이 불법현수막을 활용해 치적이나 홍보를 일삼고 있으면서 일반 시민들에게는 불법 현수막 설치 자제를 당부하는 어쩌구니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적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차량들이 많은 도로 인근에는 여지없이 불법 현수막이 들어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지자체 및 정부 관련 기관들의 울타리를 비롯해 주변 가로수 등에도 홍보물 등이 즐비하다.

하지만, 단속 권한이 있는 행정당국은 이를 외면하고, 반발이 덜한 시민들이 부착한 현수막만 단속하면서 자기식구 감싸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25일 전주시에 따르면 23일까지 불법현수막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금액은 260여건에 2억2,000여만원에 달한다.

그렇지만, 아파트 분양, 학원, 개인 등이 설치한 상업성 광고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을뿐, 기관들의 적발건수는 없다.

불법광고물이라면 상업성이던 공공성이던 차별을 두지 말고 같은 기준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대목이다.

학원 관계자(42,전주시)는 "시내 현수막 게시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먹고살자고 붙인 현수막에 과태료가 붙어 돌아온다"며 "서민들만 봉이다"라고 푸념했다.

불법광고물은 도시미관을 헤칠뿐만 아니라 보행자와 운전자 시야도 가리면서 안전도 위협한다.

특히, 야간에 게릴라성으로 등장하는 불법광고물은 전국적으로 큰 애물단지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적폐가 심한 업체를 아예 인허가를 제한하는 등 강력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정비하기 위해 년중 불법 유동광고물을 정비하는 정비계획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정게시대가 아닌 곳에 곳에 부착된 불법현수막중 기관들의 공공성과 시민들의 상업성 차별 논란 해결에도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전주시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상업성 광고 위주로 적발하고 있다"면서도 "공공성의 경우 협조공문 등을 통해 협조를 요청하면 편의를 봐 주고 있지만, 공공성이라도 민원이 있으면 바로 철거한다"라고 해명했다.

25일 오전 전북도청 주변, 협조가 이뤄진 것인지 궁금한 현수막들이 가로수에 즐비하게 부착돼 있다.

/송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