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아마도 그 자부심의 원천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보다 정보와 경험의 우위에 있다할 것이다. 다시 말해 ‘너는 잘 모르고 못해본 것을 나는 잘 알고 해보았다’라는 내재된 심리로부터 자부심이 생긴다.

그러나 다른 직종이 아닌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자부심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정보의 불균형이 줄어들고 경험의 차이도 유의미하지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동일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무엇이 직업적 자부심을 좌우할까? 몇 가지 직업을 예로 들어보자. 같은 세탁일을 하더라도 남다른 약품 배합과 다림질 기술을 가지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세탁업자, 정확한 진단과 처방 또는 수술로 환자를 치료하는 명의, 3할대 타율과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는 프로야구 선수 등이 가지는 자부심은 분명 자신들의 뛰어난 실력에서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경찰의 자부심은 어디에서 나올까? 경찰법을 잘 모르는 대부분의 국민들도 경찰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 도둑을 잡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는 일이라고 답할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경찰은 봉사정신과 희생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찰의 자부심은 루터의 소명의식이나 공자의 정명사상과 같은 직업적 사명감(使命感)에서 비롯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공무원과 달리 최일선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임무로 하는 직업적 특수성이 있는 경찰관에게 사명감이 없다면 국민에 대한 봉사는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갈수록 범죄가 지능화 흉폭화 되고 다른 사람의 일에 선뜻 나서지 않는 개인주의가 짙어지는 현대사회에서 경찰의 책임과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외뤄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자부심을 느끼는 대다수의 우리 경찰에 대하여 나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자부심이 있는 경찰이다.

왕궁파출소장 경감 박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