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의 원조는 정복왕 윌리엄이다. 

노르망디 포도 수확을 돕기 위해 군인들에게 긴 휴가를 주던 관습이 그 시작이다. 

근로자 휴가는 1936년 프랑스가 주당 40시간 노동, 연간 15일 휴가를 법제화한 게 시초다. 

이후 1969년 4주, 1985년엔 5주로 휴가기간이 늘었다. 

여름휴가를 내리 한 달 즐기는 문화를 유럽국가에 퍼뜨렸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도시가 텅 빈다는 뜻의 ‘바캉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바캉스(vacance)는 ‘면제, 해제, 해방’이란 라틴어 vacatio에서 유래했다. 영어로 ‘방학, 휴가’를 가리키는 vacation도 같은 어원이다. 

영어 leave와 스페인어 permiso는 휴가 외에 ‘허가’란 뜻도 있어 어감이 다르다. 

한자 ‘휴(休)’는 사람이 나무에 기댄 형상이어서 흥미롭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바다로, 산으로,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시기다. 올 여름 새로운 휴가문화들이 선보여 눈길을 끈다. 

이베이코리아는 무엇보다 5년 근속 때 한 달 간 유급 안식휴가를 주는 게 매력이다. 

5년 연속 ‘일하기 좋은 기업’ 대상을 받은 게 그냥 주어진 게 아닌 모양이다. 삼성전자의 ‘휴가혁명’도 이목을 확 끈다. 

최대 1년 간 자기계발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한다. 

돈 싸들고 휴가 가는 대신 집 근 처서 여유롭게 보낸다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도 있다. 

휴가는 없다는 뜻의 ‘노캉스(nocance)’라는 용어도 들린다. 

허기사 책을 많이 읽으면 독서휴가요, 무언가에 몰입하면 배움 휴가가 아닌가. 

어느 파라솔 아래서 종일 지나가는 사람을 지켜보는 게 무료하지 않았다면 그 역시 ‘휴식’일 터다. 

▲‘휴가는 곧 여행’이라는 공식을 깬 직장인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무 것도 안 하는 ‘무위(無爲)휴가’를 즐기려 한단다. 

성인 1000명 중 절반 이상(51.7%)이 휴가에 여행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대신 섬에 들어가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것도 안 하며 쉬겠다고 했다. 

혹은 호텔에서 눈이 떠질 때마다 영화를 보며 회사와 단절된 기분을 느끼고 싶단다. 

평소 압박을 느껴온 ‘과로 사회’로부터 벗어나 취향껏 즐기려는 것이리라. 

허구한 날 쉬라면 고역이겠지만 일하다가 잠시 얻는 휴가는 누가 뭐래도 꼭 필요한 거다. 

열심히 일했다면 눈치 볼 것 없다. 무엇을 하든, 아무 것도 하지 않든 ‘자유’를 만끽해보는 거다. 

이옥수/지방부 부안주재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