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한국 증시가 뜨거운 랠리를 이어갈 수 있었던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는 외국인 자금이었다. 

지난 4월 이후 서서히 한국 시장을 빠져나가던 외국인들은 최근 그리스·중국 사태로 이탈 속도를 높였다.

지난주 대외 변수가 다소 완화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3160억원 가량 시장에 유입됐지만 전주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매도 물량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한국 증시가 추가 상승하기 위한 열쇠(key)는 외국인이 쥐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그리스 사태와 중국 증시 폭락 이후 유럽계 자금 매도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이들의 마음을 돌려야 외국인 순매수에 따른 강세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상장 주식 3890억원을 매도하며 5개월 만에 '팔자'로 돌아섰다.

지역별로는 유럽에서 2조9000억원 매도, 이 가운데 영국이 2조3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외국인의 한국 시장 이탈 현상은 지난 4월 이래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말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상장 주식 규모는 470조9000억원이었지만 6월말 445조1000억원으로 2개월 만에 25조8000억원 감소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6월 매수 우위로 시장을 지탱하던 기관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매도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한국 증시가 강세장을 보이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대증권 노주경 연구원은 "전주 외국인 자금이 순매수를 보였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기엔 시기상조"라며 "매수 주체가 부재한 상황에 유럽계 외국인이 돌아설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분기 기업 실적이 시장 예상을 밑돌 가능성이 큰 상황인 데다 앞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 심리가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미쳐 외국인 매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KR투자연구소 관계자는 "그리스 문제가 해결되는 모습을 보이며 투자 심리가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순 있다"면서도 "위축된 기업 실적과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흐름 속에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미 충분히 조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가 반등하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 심리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데다 그리스·중국 등 대외 변수도 안정화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한국 증시가 외국인에게 매력 있는 시장이 될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한양증권 김지형 연구원은 "현물 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라고 판단"한다면서도 "대외 문제들이 진정국면에 들어서며 공격적인 매도 구간은 이미 통과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