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인 A와 B는 성년이 된 두 자녀를 두고 있다.

A는 혼인생활 중 C와 교제해 딸을 뒀다.

B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A는 10년 전 집을 나와 현재까지 C와 동거하고 있다.

그 후 A는 B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고 있다.

이 경우에 A와 B는 이혼을 할 수 있을까?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부정행위를 한 A에게 있기 때문에 B가 악의나 보복

적인 감정으로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없는 이상 A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를 유책주의라고 하는데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이혼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5. 6. 26. 이혼에 대한 시대적 인식 변화와 더불어 사법부의 입장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대법원 대법정에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사건에 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 당시에 이혼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민법 제860조 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규정은 파탄주의에 입각한 것이며, 일방의 책임을 묻는 적대적인 이혼 절차 대신 파탄 상태를 반영해 '성숙하고 깨끗한 청산'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1990년 민법 개정으로 재산분할청구권과 면접교섭권이 신설됐다.

재산분할에 있어서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한 기여도를 최고 50%까지 인정하는 등 파탄주의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또한 갖추어졌다.

과거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유책주의를 통해 여성과 이혼 자녀들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남여 평등 의식도 높아지는 등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 만큼 우리 사회도 이제는 파탄주의를 허용할 수 있다고 주장을 하였다.

반면에 이혼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혼인도 중요한 계약이기 때문에 "신의성실, 권리남용 금지라는 민법의 대원칙의 예외가 될 수 없고, 법원이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것으로는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배우자와 자녀의 부양을 해결할 수 없으며,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고, 이혼 가정과 관련한 사회적 편견도 남아 있는 만큼,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폭넓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부부간에는 동거, 부양, 협조의무가 있는데 그 중 동거의무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라도 강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서로간의 잘잘못을 떠나서 별거기간이 길어지고 한쪽 당사자가 다른 쪽 당사자와 동거를 전혀 할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혼인 생활의 유지를 법률적으로 유지 시키는 것이 간통죄가 폐지된 마당에 어떠한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심스럽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혼소송 도중에 서로에게 잘못을 미루면서 이혼의 원인을 찾아 원망과 불신의 감정을 키우는 것보다는 자녀들의 양육문제나 이혼 후의 경제생활을 보장한다는 전제하에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 또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진현덕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