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의 위대한 사상가이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부임육조’, ‘율기육조’ 등 열두편으로 이우러졌다.

그중 열두 번째 ‘해관육조’에서(해관이란 관직에서 물러난다는 뜻) 목민관이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날 때와 그 이후의 일에 관해 말하고 있다.

퇴임 시 백성들로부터 목민관이 떠나는 것을 슬퍼하고 길을 막아선다면 훌륭한 목민관이었다고 할 수 있다 라고 표현했다.

180년이 훌쩍 지나 국가의 개념이 바뀌고 사회상이 변한 오늘날 세월이 흘러 패러다임이 변하였어도 변할 수 없는 것이 전·현직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예의와 도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들여다 볼 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관피아’는 다산 정약용의 가르침과는 정반대가 아닐까 한다.

관피아는 비단 세월호 사태 이후 드러난 중앙정부만의 일이 아니고, 우리 전북지역에서도 관피아가 조직적, 대규모 형태로 건설 시장을 독식하며, 함께 근무했던 아랫사람에게 학연 및 서열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부정부패의 발원이 되고 있고, 퇴직 이후 자신이 근무했던 행정기관이나, 관변단체 소속에 속해 있던 사람들이 소신과 원칙보다는 연(緣)으로 엮어 이권에 개입하는 행위가 그것이다.

일반인들은 알 수도 없는 사전 정보를 취득하여 로비스트로 전략하지 못하도록... 그래서 생긴 것이 ‘김영란 법’인가 싶다.

이는 공직사회의 부정 청탁을 금지하고 부정한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며, 직무 수행과 관련한 이해  관계를 방지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고 청렴성을 증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중앙 정부나 타 지자체는 발 빠르게 공직자 부정부패에 대한 대책과 퇴직 공무원에 대한 관피아 방지 조치를 개발하고 있는데 전북의 지자체들은 이와는 무관한 상황.

날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전북지역 건설업! 마치 동호회 모임처럼 퇴직 고위공무원들을 모집해 회장, 부회장, 사장 이라는 그럴듯한 직함으로 위장하여 룰도 없는 자기들만의 영역으로 요새화 하고 이권을 챙기는 관피아의 현실에 사법기관 또한 나몰라하고 있어 지역민들로부터 정부를 불신하게하고 있다.

이런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지역 업체와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부정부패에 대한 예방조치 및 부정청탁을 막게 하는 관피아 저지 가이드라인 마련이 말로만 끝내서는 안 될 성 싶다.

이런 규제가 활성화 된다 해도 자정(自淨)의 노력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자정 노력을 위한 또 하나의 기구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절실한 형편이며, 도민들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강희종/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전북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