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폐지 후 배우자의 불륜 감시를 위한 일명 ‘스파이 앱’(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간통죄 폐지로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를 철창에 가둘 수는 없지만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결정적인 불륜 증거를 갖기 위해 스파이 앱을 찾는 기혼 남녀들이 늘고 있는 것. 

실제 스파이 앱으로 녹음한 배우자의 통화내용을 법원이 이혼소송에서 증거로 인정하면서 도내에서도 스파이앱을 통한 사생활 감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주지법 형사4단독(송호철 판사)은 16일 통화 도청부터 문자메시지 및 전화번호부 등을 엿볼 수 있는 스파이앱 판매사이트를 운영, 사생활 감시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정보통신망 침해 등)로 조모(37)씨에게 징역 1년6월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조씨로부터 스파이앱을 구입해 배우자들에게 이용한 혐의로 기소된 유모(50·여)씨 등 6명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타인의 비밀을 침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유포하고, 그 프로그램을 통해 타인의 비밀이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할 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중국 심양에 서버를 두고 스마트폰을 도청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이 사이트에 “배우자가 수상하다고 느끼신가요? 외도증거 확보를 위해 먼저 핸드폰 어플로 확증을 잡는게 첫 단추”라는 광고를 올려 이를 보고 연락한 의뢰인 차씨 등 40여명에게 총 6230만원을 받았다.

조씨는 도청앱 서비스 의뢰자들의 기간에 따라 적게는 49만8000원부터 많게는 150만원까지 받고, 중계 서버를 통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내려 받도록 유도해 도청 등 실시간 감시서비스를 제공했다.

대부분 부부 또는 내연 관계인 상대방의 외도를 의심한 의뢰인들은 확실한 외도 증거를 잡기 위해 도청앱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한 구매자는 남편의 외도가 의심됐지만 아무런 증거를 찾을 수 없자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어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씨에게 도청앱을 구매했다.

조사결과 조씨가 판매한 도청앱(일명 스파이앱)은 피해자의 스마트폰에 URL(인터넷 위치페이지 주소)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도청앱 설치가 가능하고 설치 후에도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이에 따른 사생활 침해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스파이 앱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통화내용 엿듣기, 문자메시지 보기, 이메일 읽기, 통신대화(채팅)보기, 사진이나 동영상 보기 등 개인정보를 실시간 수집하여 유출시킬 수 있고 음성녹음을 통한 도·감청까지 이뤄져 사생활을 위협하는 흉기(?)로 변질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8월부터 ‘폴 안티스파이 앱’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폴 안티 스파이 앱은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며, 현재 판매 유통되고 있는 스파이앱(12종)이 설치되어 있는지 여부를 간편하게 확인, 삭제할 수 있다.

/박용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