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로 인해 대한민국이 난리가 아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의 패닉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메르스란 복병으로 국민들은 정신적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의 관광객 취소, 수출 부진, 자영업 몰락, 메르스 확산 등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위기다.

그토록 혁신을 외치지만 우리는 1년 간 무엇을 다짐했고, 어떻게 변한 걸까. 국민안전처는 무엇이고 보건복지부의 존재에 대해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메르스 확산방지를 책임 질 정부의 컨트롤 타워(통합·통제) 부재가 또 문제가 됐다. 중앙과 지방정부 간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사태를 더욱 키웠다.

정부는 국민들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도 확진자가 입원한 병원을 우선해 명단공개를 꺼리면서 사태를 키웠다. 언제나 수요자보다는 알량한 공급자 중심이 또 불신과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재난과 질병은 초기에 대응치 못하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안일하게 유언비어를 엄단한다는 고압적 태도를 보이다 확산 된 보름 만에 재난메시지를 보내는 정부는 참 어처구니가 없다. 정부는 또다시 ‘양치기 소년’이 됐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세월호 등 숱한 안전사고와 싱크홀로 국민들은 불안하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시달리는 이 때 메르스는 세월호 이상의 충격을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냄비 근성 언론도 춤을 추며 일조했다. 본질에 접근하기보다 경쟁적으로 불안을 조성하는 보도행태가 혼란을 거들었다.

이제 구제역, 사스, AI인플렌자,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 어느 것 하나 안전하지 못한 ‘바이러스 대한민국’이 됐다. 부패만이 아닌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부끄러운 나라가 됐다.

늘 그랬듯 국민의 생명이 걸린 화급한 메르스도 그야말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됐다.

사고가 터지면 누가 하나 책임지지 않고 얼버무리며 탓만 하고 있다. 그런 안전불감의 문화는 대형 재난사고를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사고가 나면 말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노라고 재발방지를 다짐하지만 늘 공염불이다.

국민들은 이런 정부의 허언을 믿느니 차라리 각자도생(各自圖生)을 다짐하는 게 나을 듯싶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으나 JF케네디의 어록이 새삼 떠오른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보라’라는 말이다. 이 말은 나라가 정의롭지 못하다면 국민은 국가의 정의를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문제는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정부여야 국민도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주지 못하면 정부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 누가 주인이고 이 나라가 정의로운 사회인가란 회의가 들면 사회는 갈등은 증폭되고 분열된다.

메르스 방역망이 무너져 2, 3차 감염으로 번지면서 정부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개인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위생과 환자 치료에 의존해 방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렇게 메르스가 잠복기를 지나 창궐할 즈음 대통령은 정부에게 마치 남의 일 대하듯 대책을 세우라고 부처를 질책했다.

대형사고 날 때마다 정부는 사태를 수습하는 능력보다 무능함을 보이고 있다.세월호 참사 후 정권은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고 골든타임 운운했다. 하지만 메르스 앞에 국민안전처는 새로 만든 위인설관이고 골든타임은 ‘골병든 타임’이 됐다.

고작 한다는 것이 메르스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 모르는 가운데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을 색출해 엄벌하겠다며 으름장만 놓고 있다. 국민의 안전은 뒷전이고 정권의 안전을 지키는 것에 우선하는 그들은 보노라면 영혼 없는 군상(群像)을 보는 듯싶다.

/부안=이옥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