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과 같이 각박한 때에는 사람이 그립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것이 사랑이라지만, 사랑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그리운 것은, 아마도 사람과 사람간의 따뜻한 정과 나눔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일 터다.

 더군다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전염체가 바로 사람이라는 점에서, 서로간의 불신이 극에 달한 듯하다. 서울 지하철에서는 기침 한 번만 해도 사람들의 물결이 홍해처럼 갈라진다고 하니 질병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사람이 주는 두려움도 더욱 큰 것 같다.

 이럴 때에, 문득 故 이태석 신부의 일화가 떠오른다. 흔히 나병환자라 하면 하늘의 천형이라 하여 가까이조차 않으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편견이다. 그러나 이(李) 신부는 지구상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 남수단의 후미진 작은 시골마을‘톤즈’, 그곳에서도 소외되고 버림받은 나환자들을 찾아 손을 잡고 발을 만지며 그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다. 발가락이 떨어져나가고 문들어져 맞는 신발조차 없는 그들에게 신발을 맞춰주고 아픈 몸을 살펴주었다. 그들은 아마도 이(李) 신부가 건넨 약보다도 그 손길에 큰 회복을 받았으리라.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李) 신부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다시 신학교에 들어가 사제 서품을 받고 의료봉사를 위해 아프리카로 건너갔다. 의사로서 부와 명예가 보장된 삶을 버리고 사제가 된 것도 놀라운데,  끔찍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충격적인 톤즈 사람들의 참상을 목격한 후 그곳에서 자신의 남은 생을 바치기로 했다는 결심은 더욱 놀랍다.

 그는 한국인 사제로는 처음 톤즈를 찾은 신부이자 톤즈의 유일한 의사였다. 진료소와 병동을 만들어 각종 질병을 앓는 이들을 밤낮으로   치료하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피투성이가된 한센인들의 발을 보고 손수 신발을 제작해줄 정도로 그들을 아꼈다. 또한 아이들을 유난히 사랑하여,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학교를 재건하고 초중고 12학년 과정의 돈보스코 학교를 설립, 아이들의 잃어버린 꿈을 되찾아준 훌륭한 교육자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걱정했던 그는, 음악만큼 좋은 약은 없으리라 생각하여 남수단 최초로 35인조 ‘돈보스코 브라스밴드’를 결성한다. 세상 가장 험하고 낮은 곳에서 상처투성이였던 아이들은, 음악활동을 통해 차차 치유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그렇게 다시 꿈을 꾸었고 희망을 품었으며 톤즈 뿐 아니라 남수단 모두에게 기쁨의 빛이 된다.

/박현규 전주시의회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