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2일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대상을 전국의 소와 돼지로 확대 실시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13일 현재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매몰 가축 수가 3695농가,150만623마리에 달해 방역당국의 결정이 기대만큼 효과가 있을 지 의문시된다.
이에 따라 이번 구제역 사태가 해결될 경우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축산농가들의 원성이 높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오후 가축방역협의회를 열고 백신접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안건은 백신 물량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맞춰졌다.엄청난 백신 물량을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지자체와 축산단체별로 백신 접종에 대한 의견이 달라 조율 과정에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국 모든 소와 돼지에 대한 예방접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모두 1300만마리 분의 백신이 필요하다. 한달 뒤 2차 백신을 접종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모두 2600마리 분을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영국 메리알사 등 제조회사들은 백신을 계약을 통한 맞춤생산을 하고 있어 추가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까지 백신 1100만마리분을 영국의 제조회사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그러나 2차 접종 분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1차 접종분 마저 부족하다.
대상과 지역 선정, 순서 등에 대한 여러 단체의 의견과 주장을 어떻게 하나로 모을 것인지도 관건이다. 지자체에 따라 백신접종에 대한 입장이 달라 이를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백신 접종 가축이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을 우려해 예방접종을 꺼리고 있다. 반대로 일부 지자체는 한달여에 걸친 방역기간에 지쳐 백신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또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기르는 비육돈에도 예방백신을 접종할 것인지 여부도 관건이다. 돼지 비육돈에 대해 접종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아 좀 더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백신 대상지로 제주도를 포함할 것인지도 논의 대상이다. 제주도가 섬이라는 점에서 백신접종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현재 기존에 수입하던 영국의 제조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백신 공급이 시급하지 않은 나라들에 양해를 구해 먼저 국내에 들여오는 방법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백신 수급의 문제가 있고, 아직 확보된 물량을 소진하는 데 2주 정도의 시간이 있다"며 "백신 접종 순서, 지역 등을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추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13일부터 27일까지 보름간 재래시장에서 살아 있는 닭과 오리의 판매를 금지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