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 했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라고도 했고 오월은 모란의 달이고 딸기의 달이라고도 한다.  전나무의 연한 바늘잎이 움텄다. 훤하게 터진 강심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이 상큼하다. 이만치 오월의 삼라만상은  생기가 돈다.

 그래서 오월에는 태(胎)이며 바다고 미래고 희망인 ‘어린이 날’이  있고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자기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부모의 고마움을 기리 위한 ‘어버이 날 ’ 도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스승의 날’ 이 있고  홀로 창공을 나는 독립 된 개체가 되는 ‘성년의 날’도 있다. 그래서 4월을 뒤이은 5월은 4월에 지켜지지 않았던 많은 약속을 이뤄 받는 달이라고 의미를 붙인다.

 공부에 찌든 어린이들, 일터를 잃은 어른들,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환자, 이런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약속을 이뤄 받는다고 했는데 지난해 5월 역시 그랬지만  금년의 5월 또한 청신한 얼굴은 아니다. 등록금 빚과  요즘 취업이력서 쓰기에 지친 20대, 전세난과 보육걱정이 태산인 30대, 사교육비와 노후가 불안한 40대, 마음 저 끝에 물음이 쌓이지만  이내 부질없다는 생각에 맥이 풀린다.

 그러나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팍팍 하다 하더라도 이 오월 파릇파릇 올라오는 새순만을 생각하자.
특히 우리의 어린 것들이 너무나 끔찍한 일들을 많이 보고 있다. 1등만을 기억하는 승자독식의 게임은 우리 어린 것들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어린 것들이  자존감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 어린 것들이  어떤 말씨를 쓰며  어떠한 몸짓으로 자라나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너의 내일이 기대될 뿐"이라는 말 한마디로도 충분한 응원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귀담아 두자. 우리 어린 것들이 어른들처럼 한 숨을 쉬지 않게 파란 입김을 불어  넣자. 신문, 방송에 오르내리는  잘못 된 선생님도 제자리를 찾고 부모도 제자리에 있는 그런 오월이 됐으면 싶다. 

 “애들은 부모의  또 다른 모습인 그림자로 자란다.”고 했다. 이 오월  우리 모두 가 음미 해봄직하다.  희망은 만사가 용이 하다고 가르치고  실망은 만사가 곤란하다고 가르친다고 한다.

 4월에 머뭇거렸던 나무들도 이제 모두 새순을 낳았다.

 우리도 4월에 끝내지 못한 슬픔과 분노와 아픔을 털어 버리고 한자리에 둘러 앉아 내일만을 얘기하는 오월을 만들자.

 설사 바랐던 일들이 이뤄지지 않을지라도 좌절하지 말자.

 그러나 너무 큰 희망을 바라지는 말자. 희망이 크면 절망도 크기 때문이다.  

고정길/본사 전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