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당신은 가족에게서 쉴 수 있습니까?

최근에 부모들을 만나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우리 가족이 함께 하고 있는 곳은 힘들고 지친 가족들의 마음이 쉴 수 있는 곳입니까? 아니면 더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곳입니까?’이다. 이 질문을 받게 되면 몇몇은 ‘쉴 수 있는 편한 곳이다’라고 말을 하시는 분도 있고, 많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대답을 하며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으로 참 안 된다는 것이다.

가족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버이와 자식, 형제자매, 부부 등 혈연과 혼인관계 등에 의해 한 집안을 이룬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성원’이라고 되어 있다.
가족의 의미는 역사와 민족, 시대적 변천에 따라 다르기도 하다. 특히 현대적인 정의에서 가족은 무자녀 가족, 재혼가족, 분거가족,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독신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등장하면서 가족의 형태와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가족의 형태와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할지라도 변할 수 없는 가족의 기능은 위험에서 보호해 주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제공해 주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슬픔과 힘듦이 있을 때 함께 아파해 주고, 위로받고 가족 안에서 편안하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1960~70년대 가족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풍족하지는 않았다. 온 가족이 한 방에서 한 개의 이불을 덮고 잠을 자다가 발이 나온다고 서로 이불을 잡아 당기며 싸우기도 하고 뒹글다가 함께 웃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해를 하기도 했다.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식사 때를 놓치면 밥을 굶어야 했기에 부모님께 야단을 맞을 때면 울면서라도 밥을 먹던 기억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확대가족과 함께 살던 예전에는 아이가 부모에게 야단을 맞을 때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야야, 걔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러냐’라며 손자들의 편이 되어 달래주기도 하고 손자를 데리고 가서 밥도 먹여주고 잠도 함께 잤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지 않을 경우에는 고모, 삼촌이라도 부모의 화가 풀릴 때까지 함께 놀아주기도 했고, 그것도 아니라면 앞집 아줌마라도 아이를 데려다가 밥도 먹여주고 자신의 아이와 함께 놀리다가 부모의 감정이 가라앉을 때 보내기도 하는 등 아이들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쿠션 역할을 해 주던 사람들이 곳곳에 있어 먹을 것과 입을 것은 부족했지만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예전보다는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고 있다. 아이들도 각자의 방이 있고, 부모에게 혼나게 될 때 밥을 제 때 먹지 않아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또한 장난감이 부서지고 학용품을 사용하다가 잃어버려도 찾지 않고 다시 사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등 경제적으로는 참 많이 여유로워졌다.
그런데 부모님과만 살게 된 가정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이 부모에게 야단을 맞게 될 때 아이의 편이 되어 주고 아이의 마음을 풀어줄 누군가가 주위에 없게 된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해지면서 가능하면 집에 있는 시간을 피하고,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가족들에게 잘 대하고 싶지만 밖에서 일을 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 스트레스로 인해 가족들이 하는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기 보다는 때때로 감정적으로 반응을 하게 되면서 가족과 갈등하게 되고 관계가 힘들어지면,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불편하게 여겨져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면 마음 편하게 쉴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갈수록 가족이 함께 밥을 먹는 시간, 놀이를 하는 시간 등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서 가족에게서 편안한 쉼을 느끼기보다는 함께 있어도 외로움과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를 보게 된다.
가족을 떠올리면 왠지 마음 따뜻해지고, 든든하기도 하고,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 찐한 감정을 가질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을 보게 된다. 나를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생각을 가질 때 자신의 일도 힘 있게 잘 할 수 있게 된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느라 힘들고 지쳐있는 가족들이 가족이란 공동체에서 쉴 수 있게 하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인가 고민을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군산부부가족상담연구소 김완순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