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孔子) 제자인 증자(曾子)가 죽을 때 일입니다. 노(魯)나라 대부 맹경자(孟敬子)가 마지막 인사라며 증자를 찾아옵니다. 맹경자는 노나라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실세였던 까닭에 증자는 몹시 고마워하면서 말합니다.

  “새가 죽으려고 할 때는 그 소리가 애처롭고, 사람이 죽으려고 할 때는 그의 말이 진실해진다고 합니다. 군자는 세 가지 도(道)를 귀하게 여깁니다. 첫째는 몸가짐이 거칠거나 거만하지 않아야 하고, 둘째는 얼굴 표정을 늘 바르게 하여 믿음을 주어야 하며, 셋째는 말을 천박하게 하거나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멀리해야 합니다.”

  군자는 몸가짐을 늘 조심해서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너무나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게 있습니다. 증자는 아주 당연한 말을 애처로울 정도로 비장하게 말하는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어째서 증자는 너무나 당연한 말을 하면서, 그렇게 비장한 말부터 했을까요?

  증자의 말대로, 죽을 때가 되면 새의 울음소리는 애처롭고, 사람의 말은 아주 진실해진다고 합니다.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도 죽음을 맞아 애간장을 끊는 슬픔을 나타내다보니, 울음소리가 애처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죽을 때가 되어서 마침내 삶에 대한 애착을 버리게 되면, 두려움이 사라져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도 선하고 진실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사람이 죽을 때 남기는 유언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증자는 바로 그런 심정을 맹경자에게 마지막 당부를 한 것입니다. 노나라 임금 도공(悼公)이 죽었을 때 맹경자가 했던 처신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증자가 살던 시대는 임금이 죽으면 신하들은 모두 밥 대신 죽을 먹으면서 애도하는 게 예(禮)였습니다. 그런데 맹경자는 임금이 죽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위선자처럼 살지 않겠다고 큰소리치면서 말입니다. “내가 노나라의 실세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왕보다 내가 더 세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왕이 죽었다고 해서 내가 죽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가? 나마저 기운이 떨어질 것이다. 게다가 내가 죽을 먹으면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다. 평소에는 왕을 무시하더니, 왕이 죽고 나니까 예(禮)를 지키는 척한다고 코웃음 칠 거다. 그러니 어떻게 죽을 먹겠는가? 그냥 늘 하던 대로 맛있는 요리를 먹겠다. 나는 거짓 없이 살겠다.”

 임금은 죽었지만, 위선을 떨기 싫어 늘 하던 대로 맛있는 요리를 먹겠다는 겁니다. 솔직한지는 몰라도, 참으로 오만한 말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혼찌검을 내고 싶은 오만입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무서운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증자는 그런 맹경자에게 사람이 죽을 때 하는 말은 진실한 법이니 잘 들으라고 비장하게 타이르는 겁니다. 미우나 고우나 그의 손에 노나라의 운명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증자도 직설법으로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 간곡하게 말했을 겁니다. “나는 이제 죽습니다. 평소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당신에게 나는 이제 마지막 말을 엄숙하게 남기니, 제발 주의를 기울여 새겨듣기 바랍니다.”

  증자의 비장한 당부를 들은 맹경자는 어떻게 했을까요? 그리고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요? ‘성완종 리스트’라는 파문에 휩싸여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이완구 총리가 마침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에 증자와 맹경자의 일을 떠올려봅니다. 사람이 하는 짓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