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수입 승용차를 물속에 빠뜨려 억대의 보험금을 가로챈 형제가 경찰의 끈찔긴 수사에 꼬리를 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8일 중고자동차 매매업자와 결탁해 사고이력이 있거나 정상운행이 어려운 중고 수입차를 사들여 고의로 물에 빠뜨려 1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낸 박모(46)씨와 박씨의 동생(42)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들 형제와 함께 보험사기에 가담한 이모(37)씨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형제는 지난해 12월31일 오후 2시께 전주시 중인동 모악산 인근 저수지에서 중고 BMW 승용차를 2m 깊이의 저수지에 빠뜨린 후 급발진 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범행은 형제 중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가진 있는 형이 직접 운전해 차량과 함께 저수지에 빠진 뒤 헤엄쳐 나와 완전범죄를 위해 직접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앞에서 형 박씨는 사전 범행을 공모한 동생에게 전화해 미리 준비해 둔 옷을 받아 갈아입으며 교통사고 피해자 상황극을 충실히(?) 연기했다.

이들의 수입차 침수사고 보험사기 연기의 시작은 지난해 추석연휴인 9월 1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생과 중고차 매매업자와 범행을 공모한 형 박씨는 이날 인천시 강화도 바닷가 인근 도로에서 만조시간대를 치밀하게 계산해 중고 캐딜락 승용차를 고의로 바다에 빠뜨려 보험금을 타냈다.

또 같은 해 11월25일에도 동생 박씨가 순창군의 한 커브길에서 졸음운전 사고로 꾸며 BMW 승용차를 하천에 침수시켜 보험금을 받았다.

이렇게 이들은 정상운행도 어려운 오래된 연식(1998년)의 중고 고급 수입차량을 적게는 1100만원에서 많게는 1650여만원에 사들여 고의로 침수사고를 낸 뒤 차량 구입가의 최고 3∼4배에 이르는 보험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12신고에 피해자 연기까지 치밀하게 계산해 완전할 것만 같았던 이들의 보험사기는 경찰의 끈질긴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과 경기 부산에 이어 네 번째로 교통범죄수사팀을 신설한 전북경찰은 이들의 사고장면이 담긴 사진자료 분석, 차량의 창문과 선루프가 모두 열려 있고 차량 내부에 개인 소지품 등이 전혀 없었던 점 등을 수상히 여겨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교통사고 재현 프로그램(PC-CRASH)’ 시뮬레이션으로 사건을 재구성, 박씨 형제가 졸음운전이나 급발진사고가 아닌 고의로 물에 빠드린 사고정황을 잡아냈다.

경찰에서 박씨 형제는 “차량이 침수사고를 당했을 경우 보험등록 차량가격 전액을 받을 수 있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김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