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6.25 전쟁을 겪으면서 가난을 극복하고 가족을 건사하느라 공부하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황혼기에 배우지 못한 것이 가슴속 응어리로 남아 이제라도 어린 시절 꿈꾸던 배움에 대한 열정을 꽃피워 보렵니다.”

14일 오전 10시 75세의 최정순 할머니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주 전라중학교 강당에 잔잔히 퍼져나갔다. 전라중 부설 방송통신중학교의 첫 입학식 모습이다. 

전북도교육청이 설립한 이 학교는 이날 모두 90명의 첫 입학생을 받아들였다. 70대가 13명, 60대가 77명으로 이뤄진 신입생들은 전쟁과 가난 등 격동의 시대를 거치면서 배움의 시기를 놓쳤다.

전체 입학생 중 여성이 66명으로 많다. 최고령인 1938년생인 이양금(76세) 씨. 70대와 60대로 이뤄진 부부 3쌍도 있다. 지역별로는 전주가 40명으로 가장 많고, 익산 19명, 군산 8명, 고창 5명 등등 순이다.

이날 입학식에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직접 참석해 따뜻한 격려를 보내고, 동창회와 학교운영위원회는 물론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도 참석해 부모세대의 입학을 축하했다.

최정순 할머니 등 학생대표 2명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학 소감을 발표해 큰 박수를 받았다. 행사 말미 담임교사를 소개하는 모습은 여느 중학교 입학식과 똑같다.
이들 할아버지, 할머니 중학생들은 30명씩 모두 3개 반으로 나눠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또 기말고사와 현장체험학습, 체육대회 등 여느 중학생들과 비슷한 학사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3명의 담임 선생님들이 이들을 지도한다.

국어, 영어, 수학 등 40분간씩 하루 6시간의 수업을 받는 것은 물론 매일 1시간씩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게 된다. 이 시간에는 멀티스포츠, 합창반, 컴퓨터반 등 동아리활동과 교내 봉사활동이 준비돼 있다. 5월엔 현장체험학습, 10월 체육대회도 같이 한다.

전라중 부설 방송통신중학교 한순자 교무부장은 “도내 최초 방송통신중학교라 경험이 없어 타 지역 학교경험을 많이 참고했다”며 “부모님 연배 학생들이니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성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