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분리발주 대상공사를 구체화했지만 여전히 업계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기와 통신, 설비업계의 경우 이들 공사가 독특한 시공기술이나 시공방법을 필요로 하는 등 독립적인 단위공사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해당 업종의 보호ㆍ육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분리발주의 활성화가 당연하다는 입장.

 하지만 종합건설사의 경우 건설산업 생산구조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9일 도내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말부터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의 분리발주 대상이 구체화되고 지자체 계약담당자는 사업의 계획단계부터 분리발주 가능여부 검토가 의무화됐다.

 행자부 개정 예규에는 분리발주 대상공사를
△설계서가 별도로 작성되는 공사 △다른 공종과 시공 목적물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공사 △선·후행 또는 병행되는 다른 공종의 공사와 상호 영향을 미치지 않아 개별적인 시공이 가능한 공사 △다른 공종과 시공장소(작업위치)가 달라 독립적인 시공이 가능한 공사로 구체화했다.

 또 계약담당자에게 예산편성과 기본설계 등 사업의 계획단계부터 분리발주 가능여부를 필히 검토하도록 의무를 부여했다. 이처럼 분리발주가 구체화되면서 관련업계는 분리발주가 종전보다 더욱 활성화될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분리발주가 각각 전기공사법과 통신공사법에 의무화돼 있는 전기와 통신업계의 경우 이 같은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분위기고 아직 법제화되지 못한 설비업계도 올해는 분리발주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며 교육청과 조달청,농어촌공사 등 발주기관들을 상대로 분리발주의 정당성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발주처와 종합건설업계는 분리발주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업계간 보이지 않는 대립각이 서있는 상태.

 종합건설사들은 분리발주할 경우 일단 공사비가 비싸지며 책임소재의 불분명과 하자 발생 시에도 책임전가로 하자보수 지연 등을 부정적 요소로 꼽고 있다. 또 일부 발주처 관계자도 발주자의 선택권한 제한과 행정비용 증가와 경제적 비효율성을 문제삼고 있다.

 도내 종합건설사 한 관계자는 “공사규모가 작을수록 적격심사 낙찰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분리발주 공사의 경우 공사비가 10∼20% 상승한다”며 “입찰, 견적, 계약서 작성 등 행정력과 비용의 불필요한 낭비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기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통신 공사의 분리발주는 관련법에 명시돼 있으며 공사의 전문성 때문에 종합건설업체가 수행할수 없는 상황”이라며 “통합발주의 경우 하도급 단계에서 원도급사가 가격을 후려치기 때문에 부실시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문제점이 더욱 커진다”고 밝혔다.


 /이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