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이쪽 동네 당골들께서 다 모여 계시네요, 허허허.”

강용대는 오랫동안 군에서 복무한 터라 웃음소리에서도 군인 냄새가 났다. 

“그래, 무슨 일로……?”

“당골래 집에 무슨 일로 왔겠어요? 허허허.”

강용대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겸연쩍게 웃었다. 

“어서 들어와요.”

신동댁이 얼른 몸을 일으키더니 신당으로 쓰고 있는 작은 방으로 가면서 준비되면 부를 테니 오라고 하였다.

“그나저나 황전 분위기는 좀 어떻습니까?”

강용대는 언젠가부터 황전마을이 좌익에 치우쳐가고 있고 봉림마을 사람들을 좋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는 황전 출입을 삼가고 있었다. 박규환을 본 김에 황전 소식을 물어보는 것이다. 

“오늘 굿을 하러 가려다가 방해하는 바람에 하지 못하고 왔네.”

“왜요?”

“이야기하기 부끄럽지만, 박대우하고 그 일행이 굿을 하지 말라고 그러더군. 공산주의 세상에서는 굿을 하면 안 된다는 거야.”

“박대우도 그렇게 계속 좌익을 좇다가는 큰일 날 텐데요. 제주도하고 여수 순천에서 반란이 일어나고부터는 관에서도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당골래는 우리의 전통이고 또 마음이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좋은 점이 많은 풍습인데 그걸 하지 못하도록 하다니, 이해가 안 되는 군요.”

“그러게 말일세…….”

건넛방에서 신동댁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 같이 봐요.”

신동댁은 강병도와 박규환, 연기댁에게도 동석할 것을 권했다. 

강용대는 조금 부담스런 얼굴을 했는데 싫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좋아했다. 한 당골이 보는 점보다는 여러 당골이 보는 점이 더 정확하지 않겠느냐면서. 신당 중앙에 신동댁이 앉았고 좌우측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나눠 앉았다. 

강용대는 오랜 군 생활을 한 뒤 농사일을 하고 있긴 한데 아무래도 제복 생활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말했고, 또 시국이 워낙 시끄러워 이를 다독이는 데는 군인만큼 좋은 일이 없을 것 같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군 생활을 다시 해도 괜찮을 것인지를 물었다. 

신동댁은 생년월일을 물었고 강용대는 7월 21일이라고 말했다. 신동댁은 엄지손가락으로 다른 손가락 마디를 짚어가며 갑자를 헤아렸고, 연기댁도 같은 동작을 했다. 

손가락으로 마디를 반복해서 헤아린 신동댁은 고개를 돌려 연기댁을 바라봤다. 표정은 굳어 있었다. 자신이 헤아린 갑자와 연기댁이 가늠한 갑자가 맞는지 눈길로 교환하는 것이다. 

연기댁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기댁의 표정도 밝지는 않았다. 강용대는 신중한 표정으로 신동댁과 연기댁을 번가라 바라봤다. 신동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참, 이상하네…….”

연기댁을 빼고 다들 신동댁에게 눈길을 모았다. 신동댁은 입을 비뚜름하게 하고는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흔들면서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연기댁은 신동댁의 점괘를 이미 알고 있는지 시선을 바닥으로 향한 채 있었고, 강용대를 비롯한 남자들은 궁금한 눈으로 신동댁과 연기댁을 바라봤다. 

“점괘가 안…… 좋습니까?”

“삼촌만 그런 게 아니에요. 그동안 봤던 사람들이 모두 횡액 수가 있었어요. 삼촌도 마찬가지에요. 다만 삼촌은 조금 약할 뿐.”

“어험, 그렇다면…….”

옆에서 가만히 있던 박규환이 헛기침을 하며 끼어들려 했다. 다들 시선을 박규환에게 던졌다. 

강병대는 박규환의 팔을 슬쩍 잡아 말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박규환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뭐 말입니까?”

강용대는 어두운 표정으로 박규환을 바라봤다.

오상근 / 본보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