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농업 대전환 전략을 본격 가동하며 미래 농업을 향한 혁신의 속도를 높인다.
농촌진흥청은 기후위기 심화, 농촌 고령화, 노동력 부족, 지방 소멸 등 농업·농촌이 당면한 구조적 난제를 해결하고, 농업을 첨단 지능형 산업으로 바꾸기 위한 ‘농업과학기술 인공지능(AI) 융합 전략’을 19일 발표했다. 농업이 국가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전략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전략은 농업 생산성 혁신뿐 아니라 농촌 안전과 복지, 신산업 육성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변화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전략을 통해 농업을 경험 중심 산업에서 데이터·AI 기반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농가 수입을 20% 늘리고, 농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20% 줄이며, 기술 개발에서 보급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대비 30%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AI 융합 농업 현안 해결’, ‘기술주도 성장을 위한 생태계 조성’, ‘AI 시대에 맞춘 농촌진흥사업 전 과정 혁신’이라는 3대 전략과 10대 중점 과제가 마련됐다.
우선 농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맞춤형 솔루션 제공을 강화한다. 대표적으로 대국민 AI 비서인 ‘AI 이삭이’는 기존 단순 질의응답 서비스를 넘어, 연중 농사 계획부터 당일 농작업 결정까지 안내하는 ‘올타임 농업기술정보 서비스’로 확대된다. 농가소득 조사 자료로 학습된 생성형 AI는 농가의 경영 상태를 분석해 비용을 5% 절감할 수 있는 구체적 경영 솔루션까지 제공한다. 올해 시범 운영을 거쳐 2026년까지 1,000 농가로 확대하고, 이후에는 모든 농업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 농업 기술도 한층 고도화된다. 농촌진흥청은 시설원예용 차세대 온실 통합관리 플랫폼 ‘아라온실’을 상용화해 적정 환경 설정과 양액 공급 등을 자동 조절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축산 분야에서는 생산 효율뿐 아니라 악취 등 환경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솔루션을 확대하고, 민간의 우수 기술을 적극 도입해 현장 적용성을 높인다.
기후위기 대응 역시 전략의 핵심이다. 스마트폰으로 병해충 사진을 촬영하면 작물·병해충을 식별하고 방제 시기까지 제시하는 AI 진단 기술이 오는 2029년까지 82개 작물, 744종 병해충으로 확대된다. 이상기상 조기경보 시스템의 정확도도 크게 개선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지며, 관련 데이터는 AI 이삭이에 통합해 농업인이 보다 손쉽게 정보를 확인하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위성 기반 AI 예측 모델을 통해 주요 작물의 생산량과 재배 적지 변화도 분석하여 농산물 수급 안정화에 기여한다.
농촌 공간 혁신에서도 AI가 활용된다. 농촌의 안전 재해, 복지, 공간 구조 등 방대한 사회·환경 데이터를 AI로 심층 분석해 안전한 삶터를 조성하고, 고령 농업인을 위한 근력 보조 웨어러블 등 스마트 안전기술도 확대된다. 특히 소방청과의 협력을 통해 농기계 사고 발생 시 119가 자동으로 출동하는 시스템을 2029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해 농작업 사망사고를 20% 줄이는 것이 목표다.
치유농업 분야도 신체·정서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AI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자를 2030년까지 120만 명으로 늘린다. 인구 소멸 우려 지역에는 빈집·유휴 시설을 활용한 AI 기반 농촌 재생 모델도 도입될 예정이다.
농업 신산업 육성 전략도 눈에 띈다. 농촌진흥청은 디지털 육종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한국디지털육종플랫폼’을 구축하고 2027년까지 59개 품목의 육종 정보를 민간에 개방한다. AI 기반 예측 모델과 세대단축 기술을 결합해 기존 13년이 걸리던 육종 기간을 7년으로 줄여 신품종 개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방대한 농식품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능성 신소재 발굴과 푸드테크·그린바이오 산업 지원도 강화해 수출형 미래 산업을 육성한다.
농작업 자동화는 ‘무인 농작업 시대’로 향하는 시작점이다. AI 인식 기술과 자율주행을 결합해 파종부터 수확까지 자동화하고, 2029년까지 스마트 농기계 통합 관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고숙련 노동을 대체할 피지컬 AI 기반 로봇 개발도 추진되며, 관련 국가 사업에 지능형 농기계 분야가 포함되도록 대학 및 연구기관과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술혁신을 지속적으로 견인할 데이터·인프라·인재 생태계도 강화된다. 2027년까지 사진·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해 30억 건의 고품질 농업 데이터를 구축하고, 슈퍼컴퓨터 3호기를 도입해 AI 성능을 8배 이상 높인다. 또한, 인공지능 역량과 농업 전문성을 모두 갖춘 ‘양손잡이 인재’ 양성을 위해 직원 교육을 강화하고, KAIST·GIST·포스텍·전북대 등과의 협력도 확대된다.
행정 시스템도 AI 기반으로 재편된다. 연구개발·기술보급 전 과정을 지원하는 AI 비서 ‘AI 새싹이(가칭)’를 도입해 분석·실험·수요조사 등을 자동화하고, 기술 보급 기간은 기존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한다. 작목 및 산업별 조직개편도 추진해 연구·보급의 효율성을 높이고, 농업인의 안전과 농촌 기능 회복을 책임질 전담 조직도 신설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전략이 실현되면 농가 소득 증대는 물론 농작업 위험 감소, 노동 강도 완화, 농촌 공간 혁신, 디지털 농업 생태계 구축 등 전방위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AI를 기반으로 한 농업 생산성 향상은 국내 농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안정적인 식량 공급과 농촌 공동체 회복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은 “AI 시대의 농업은 단순히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기술을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관계 부처와 민간 기업, 연구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가 농업의 대전환을 주도하고, 농업인과 국민이 체감하는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오상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