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빨리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절박한 문제는 바로 간병 수요의 급증이다. 

간병은 더 이상 개인이 홀로 감당해야 할 영역이 아니라, 이미 ‘간병 파산’, ‘간병 지옥’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로 표현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였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김명지 의원(더불어민주당, 전주11)이 국민의 간병 부담 완화를 위한 간병지원 제도 마련 촉구 건의안을 정부와 국회에 제출하며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 건의안 채택은 간병파산을 막아야 사회가 보다 안정화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아주 시의적절하다고 보며 온 국민이 집단지성으로 연구해서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간병 서비스 구조는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다. 간병 서비스가 민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요양병원 및 장기입원 환자의 간병비를 국민이 전액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실제로 국민이 지출하는 간병비는 2008년 약 3조 6천억 원에서 2018년에는 8조 원을 초과했으며, 최근 들어 그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져 국민의 가계에 막대한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심지어 환자 3~4명이 공동으로 간병인을 고용하더라도 장기간의 간병이 필요할 경우, 일반 가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과 제도에 간병과 관련한 근거가 제대로 없는 것이 문제다. 「건강보험법」의 급여 항목에 간병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국민 다수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기존 법령에 간병 관련 조항이 존재하긴 하나 그 적용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다. 게다가 '간병', '요양', '돌봄' 등의 용어가 부처별로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어 제도 간 연계성과 통합 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다.

김명지 의원은 단순히 간병비 전액을 공공이 부담하는 방식은 재정 지속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지적하며, 민간과 공공이 역할을 분담하는 복합형 지원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해서 주목받는다. 

이는 영국이 저가형 민간 간병보험을 운영하여 수혜율을 높이고, 미국이 민간 보험에 공적 기능을 부여하는 사례(보험금 면세, 보험료 인상 제한 등) 를 참고하여 공공성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자는 제안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건의안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 체계적인 지원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추진해야 할 네 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담고 있어 주목하게 된다.

첫째, 제도적 공백 없는 실질적인 간병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의료법」 및 「건강보험법」 등 개별 법령에 산재된 간병 관련 조항을 정비해야 한다.

둘째, 간병·요양·돌봄을 아우르는 통합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초고령사회에 대응하여 간병의 정의와 지원 대상 및 영역을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취약계층의 간병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가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맞춤형 간병 지원 제도를 확립하여 국가가 취약계층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넷째, 민간 간병보험에 공공성을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구체적으로 세액공제, 보험료 인상 억제, 보험상품 표준화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민간 보험이 공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명지 의원은 정부가 법적·제도적 정비와 더불어 이 네 가지 핵심 과제를 수행하여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간병 지원 제도를 구축할 의무가 있음을 건의안에 천명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는 173만 도민을 대표하여 이 건의안을 대통령실, 국회,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등 관계 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명지 의원처럼 많은 의원들이 국민의 생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정책 마련을 위한 입법 활동과 정책 건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될 때 국민의 삶은 점진적으로나마 나아지게 된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간병 지옥'의 고통을 끝내고 국민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조속하고 전면적인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만호 / 본보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