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한국 국가부채의 현황과 전망, 일본·그리스 사례와 비교

한국의 국가부채는 2025년 기준으로 GDP 대비 약 54.3%로 추정되며, 총액은 약 735조 원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국가부채는 한 나라의 경제 체질과 정책 운용 능력을 반영하는 핵심 지표로, 국가 재정의 건전성과 미래 성장 잠재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나 사회투자 확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교육, 보건, 인프라 등 장기적 성장 기반에 투입될 수 있는 중요한 재정 자원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과도하게 누적된 국가부채는 경제 성장률 둔화, 금융시장 불안정, 정책 운용의 제약 등 심각한 구조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구조적 인구 문제로 인해 장기적으로 세수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 국가부채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국제적 비교에서 일본과 그리스의 사례는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무려 236.6%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대부분 내국인 채권으로 구성되어 있어 단기적 금융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일본 정부는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 정책과 막대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이자 부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부채가 곧 위기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률 둔화와 인구 구조 변화라는 깊은 그림자를 안고 있어, 단순한 채무 규모만으로는 국가 경제의 건전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반면 그리스는 GDP 대비 190.6%의 국가부채를 가진 채 외채 의존도가 높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IMF와 EU의 긴축정책을 강제적으로 이행하면서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경험했다.

공공지출의 급격한 축소, 세금 부담의 급증, 실업률 상승, 사회적 불안과 정치적 긴장은 그리스 경제를 장기 침체로 몰아넣었다.

그리스 사례는 국가부채의 구성과 국제 금융 환경에 따라 경제적 영향이 천차만별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단순한 부채 비율만으로는 경제 안정성을 판단할 수 없으며, 외채 비중, 금리, 정책 운용 능력 등 다각적 요소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현재는 일본과 유사하게 국가부채의 상당 부분이 내국인 채권으로 구성되어 있어 단기적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금리 상승 압력과 장기적 복지 지출 증가, 고령화로 인한 세수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은 부채 부담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GDP 대비 국가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이자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민간투자 유입이 제한되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운용의 유연성이 점차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

또한 국제 금융 환경 변화에 따라 외채 의존도가 증가하면, 그리스 사례와 유사한 심각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책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50~60%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장기적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

동시에 외채 비중과 금리 상승 위험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고령화와 복지 지출 증가에 대응하는 재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가부채는 필연적인 재정 운용 수단이지만, 적절히 운용될 경우 경기 안정과 사회투자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관리가 소홀하면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치명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국가부채는 현재로서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장기 구조적 요인과 국제 금융 환경 변화라는 복합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일본과 그리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부채 규모뿐만 아니라 부채 구성, 운용 방식, 외부 충격 대응 능력이 경제적 영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따라서 단순한 수치에 의존하기보다는, 부채의 질적 특성과 장기적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재정 관리가 필수적이다.

한국은 안정적 단기 운용과 구조적 장기 대비를 동시에 수행함으로써, 국가부채가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아니라 국가 발전을 견인하는 유용한 도구로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

향후 몇 년간의 재정 정책 결정과 경제 구조 조정이 한국의 국가부채 안정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다.

오상근 / 본보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