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옥외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동자들의 생명권 보장을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10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폭염이 단순한 계절 현상을 넘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적 재난이 되고 있다”며 “옥외 노동자의 반복되는 희생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6일 인천에서는 맨홀 아래에서 측량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사망했고, 하루 뒤인 7일에는 경북 구미의 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23세 베트남 국적 이주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안 위원장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전체 온열질환 사망자의 80% 이상이 야외에서 발생하며, 직업군별로는 단순 노무직 종사자가 21.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질병관리청이 5월 15일부터 7월 5일까지 운영한 ‘2025년 온열질환 감시체계’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안 위원장은 “노동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며,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라면서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폭염을 산업재해로 분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옥외 작업자의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일부 규제 개선을 추진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 환경에서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하는 산업안전보건 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사업주의 비용 부담을 이유로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노동자의 생명을 비용 문제로 저울질해서는 안 된다”며 “충분한 수분 공급, 시원한 휴식 공간 마련, 작업 시간 조정 등 실효성 있는 보호조치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는 올해 건설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농어촌 노동자 등 다양한 직종을 대상으로 혹서기 노동 환경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불필요한 업무는 폭염 시간대를 피하도록 노동시간 조정을 유도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끝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폭염에 대응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 더 이상 노동자의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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