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대한민국 미래의 한가운데로 나아가도록 추진해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6월 3일로 확정되어 이제 44일 밖에 남지 않았다.
각 정당의 경선 열기는 뜨겁고, 후보들의 유세 일정도 숨 가쁘다.
하지만 이 와중에 유독 전북만이 이번 대선 선거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순회 유세를 벌이고 있지만, 전북은 전남과 광주에 묶여 하나의 ‘권역’으로 처리됐다.
정작 후보들의 발걸음은 광주와 전남에 집중되고, 전북은 유세 지도에서 사라진 듯하다.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홀대가 반복되면, 그것은 곧 정책적 배제와 연결된다.
그동안 전북은 어느 정권에서도 충실히 힘을 보태왔고, 정권교체의 중요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돌아온 건 늘 비슷한 무대접이거나 푸대접이었다.
중요한 선거가 다가오면 ‘호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적 결속이 동원되고, 선거가 끝나면 전북은 다시 주변부 변방으로 밀려난다.
현재 전북은 여러 중대한 국가사업을 추진 중이다. 새만금 개발이 1987년에 시행계획이 수립되어 38년째 터덕거리다가 이제 조금 공장도 들어서고 있는 등 발전이 막 시작되고 있다.
올해에는 서울을 제친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와 대도시권 광역 교통관리 특별법(대광법) 등이 전북발전의 교두보 역할을 할 천재일우의 호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예산 등 정책 집행자의 관심이 전혀 따라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광법은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관련 예산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반면 수도권과 영남권 등은 이미 170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예산을 확보해서 오래전부터 추진하거나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새만금을 보자. 새만금개발은 단지 지역사업이 아니다. 대통령 직속 기구가 관리하는 국가 중점 프로젝트이고, 전주 하계올림픽은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과 지방 균형발전 정책을 보여줄 좋은 기회다.
그런데 ‘주체’가 전북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심 밖에 놓이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전북의 미래는 전북만의 과제가 아니다. 국가의 균형발전과 지속 가능성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유세 일정에서 제외된 것은 단순한 전략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역 유권자에 대한 무시이고, 나아가 지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전북은 매 선거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뿌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뒤로 미뤄도 괜찮은 땅’으로 여겨진다면 도민들의 마음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표를 얻기 위해 유세하고, 정책을 설계하고, 공약을 내놓는다면 지금의 전북 홀대는 자승자박이다. 민심은 투표로 말한다. 그동안 묵묵히 참아온 도민들의 분노는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드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전북은 미래산업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수소, 탄소 소재, 스마트 농업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녹색 성장 비전이 바로 이 땅에서 움트고 있다.
새만금은 아시아의 중요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전주 하계 올림픽 유치가 현실화되면 지방정부가 국제 메가 이벤트를 주도하는 전례 없는 모델이 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정치의 응답이다. 말이 아닌 행동, 선언이 아닌 실천으로 전북에 다가서야 한다. 지금 전북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국가 균형발전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할 전략 기지로 도약하고 있다.
이번 제21대 대선은 전북에 있어 또 한 번의 기회이자 위기다. 외면받는 지방이 아니라 주도하는 지역으로 전환하려면, 지금의 침묵은 깨어져야 한다. 정치권도, 후보들도, 이제 전북의 목소리에 적극 귀 기울여야 할 때다.
표를 얻기 위해 허언 공약만 남발하기보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라는 말처럼 전북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잘 살 수 있는 실질적인 공약을 준비하고 이를 차근차근 실천할 후보를 전북인은 선택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만호 / 본보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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