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메이즈 러너' '버티는 삶에 관하여'

 10월 베스트셀러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책들이다. 이들은 TV와 영화 등 미디어에 노출된 후 베스트셀러가 된 '미디어셀러'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출판계 키워드도 미디어셀러가 될 전망이다.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들이 인기를 끌고 있고 방송에서 이름을 알린 저자의 책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지난 17일부터 방영된 tvN 드라마 '미생'의 원작 웹툰 '미생 –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완간 세트는 드라마 방영 이후 6일간 3700세트 판매되며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드라마 방영 전 같은 기간 약 450세트 판매됐던 책이다. 같은 기간 '미생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 세트'는 약 750세트 팔렸다. 누적 판매략 약 960세트다.

 드라마 1~2회 시청률 각각 1.6%와 2.3%대(닐슨코리아 기준)로 거둔 성과다. 예스24 등에서 두루 인기를 얻은 '미생 -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는 누적 판매부수 90만부를 돌파, 밀리언셀러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출간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도 지난 6월 개봉한 동명 영화의 영향으로 7월 베스트셀러 차트 1위에 오른 뒤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영화는 24만여 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봤다.

 270여 만명이 본 영화 '메이즈 러너'는 원작 소설뿐 아니라 속편 제작 소식과 함께 후속작들도 나란히 주목받고 있다.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른 '스코치 트라이얼' '데스 큐어' 등이 '메이즈 러너'의 시리즈물이다.

 '버티는 삶에 관하여'는 최근 각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영화평론가 허지웅의 에세이다. 그는 앞서 펴낸 소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도 베스트셀러 차트에 올린 바 있다.

 앞서 김애란의 '두근 두근 내 인생', 존 그린의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김훈의 '칼의 노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관련 서적 등이 영화의 개봉과 인기에 힘입어 베스트셀러 차트에 머물렀다.

 미디어셀러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반기 정유정 작가의 '내 심장을 쏴라', 김훈 작가의 '화장' 등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 거액의 PPL, 미디어셀러로 가는 지름길?

 미디어셀러는 2010년 11월 방송된 '시크릿가든'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민음사는 3000권 분량의 서재를 협찬,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민음사의 어린이 책 출판 브랜드 비룡소에서 펴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방송 이후 20만부 넘게 팔려나갔고 인터넷 서점에는 드라마 출연 배우의 이름을 단 기획전도 열렸다.

 미디어 노출 즉시 베스트셀러 차트에 이름을 거는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일부 대형 출판사들은 2010년 방송법 개정으로 PPL(간접광고·Product Placement)이 허용된 점을 활용, 미디어셀러 '만들기'에 나섰다.

 SBS TV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에 등장한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벨소리가 들리고', 임현정의 '꼭 같이 사는 것처럼', 김언희의 '요즘 우울하십니까?',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등이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드라마 내용에 녹아들지 못하며 겉돌다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경우도 있다. 2011년 방송된 SBS TV '천일의 약속'에 등장한 김진명의 '고구려'는 이야기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목도는 평가에 비례했다. 

 성과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나기도 했다. KBS 2TV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 나온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과 SBS TV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 등장한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1916~1956'은 PPL이 아니었지만 뜻밖에 미디어셀러가 됐다. 올 초 막을 내린 SBS TV 히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한 케이트 디카밀로의 '에드워드 툴레인의 이상한 여행'의 큰 인기도 PPL이 아닌 협찬으로 얻은 결과다.

 PPL에 민감해진 시청자들에게 억지춘향식의 도서 노출은 드라마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반감을 샀다. PPL을 진행할 수 있는 출판사가 극소수에 불과해 일부 출판사만이 미디어를 통한 노출 효과를 누린다는 지적, 과도한 간접광고 요구 등 부작용도 드러났다. 

 출판사들은 학습했다. 한 중견 출판사는 "투자로 거둘 수 있는 성과에 비해 리스크가 크다. 무엇보다 PPL을 진행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다수의 미디어셀러를 탄생시킨 출판사 민음사 관계자도 "PPL을 해서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는다고 해도 출판 여건상 수익이 많이 날 수가 없다. PPL 한 드라마가 모두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어 PPL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PPL을 진행하는 일부 출판사들 역시 단품이 거두는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잠재 독자층 확보, 브랜드 홍보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출판사들은 미디어셀러 '만들기'보다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마케팅 모델 개발에 힘쓰고 있다. 유명 저자나 평론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제작, 자사 출판 책들이 진열된 북카페 운영, SNS 홍보 등으로 수단을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은 성과를 내고 있다. 유명 팟캐스트에서 언급된 책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주목받는가 하면 도서 구입과 독서가 동시에 가능한 북카페도 붐비고 있다.

 국내 출판사 최초로 팬 수 10만명을 돌파한 열린책들의 페이스북은 이벤트와 홍보로 생소한 작가의 신간을 베스트셀러에 올려놓기도 했다.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걸려 있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그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