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말 화폐개혁 직후 함경북도 무산시장에서 상인들의 집단행동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대북 단파라디오 '열린북한방송'이 3일 전했다.

이 방송은 지난해 12월 탈북해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 강모씨를 인용, "2009년 11월30일 화폐개혁 직후 일주일도 채 안돼 함경북도 무산군 무산시장에서 장사꾼들이 시장세 납부를 거부하는 집단행동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시장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강씨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40대 남성 최모씨가 시장세 납부거부를 주도했다고 증언했다.

강씨에 따르면 최씨는 자신과 친한 상인 몇 명에게 "안간힘을 써서 나라의 경제를 일으켜 세워 놓았더니 김정일의 총알받이 밖에 된 게 없다. 우리가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며 시장세 거부를 부추겼다고 한다.

그러자 다른 상인들도 최씨의 의견에 동의, 시장세를 거부하자고 무산시장 장사꾼들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수백 명의 상인들이 시장세 거부 움직임에 동참했다고 한다.

당시 무산시장 상인들은 갑작스러운 화폐개혁 시행에 대한 불안해했다고 한다. 게다가 세대 당 10만 원에 한해서만 화폐를 교환해준다는 정책발표가 나오자 흥분한 상인들 수백 명이 시장세 납부반대 시위에 동참한 것이다.

무산시장은 무산군 내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강씨에 따르면 물건을 판매하는 매대 수가 삼백여개 있고 한 매대 당 한두 명 정도 장사꾼이 있다.

북한에서 시장세는 군행정위원회 산하의 시장관리소에 매일 내야 되는 것으로 시장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상인들은 구화폐로 약 250원씩을 냈다.

당시는 화폐개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신화폐 가치로 시장세의 가격 기준도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은 시장 문이 닫힐 무렵인 오후 4시께 시장관리소 관리원들이 시장세를 수납하기 위해 나오자 끝까지 내지않고 버텼다는 것이다.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입장이 곤란해진 인민보안부 소속 시장단속 규찰대는 결국 시장세를 포기하고 시장 문을 아예 닫아버리는 강제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 날 시장은 평소보다 3~4시간 일찍 봉쇄됐고 다음 날부터는 정상적으로 가동돼 하루 동안의 소동에 그쳤다고 강씨는 전했다.

이후 시위에 나섰던 상인들에 대한 처벌이나 다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거의 모든 상인들이 김정일 정권에 대한 격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들을 감시 및 단속하는 규찰대마저도 화폐개혁으로 인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수라장이 된 상황 속에서 감시나 처벌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는 게 강씨의 설명.

이 방송에 따르면 한 북한 전문가는 "일제시대 시장세 거부운동이 있기는 했으나 북한에서 시장세 거부 집단행동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며 "단 하루 소동이기는 하지만 북한에서 상인들의 집단행동이 있었다는 사실은 북한 역사상 아주 의미가 크다" 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정치적 행위는 바로 처벌을 받는데 무산시장 사례에서 보듯 시장세 납부거부와 같은 경제적 저항은 다행히 처벌을 받지 않았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시장세 거부와 같은 집단행동은 앞으로 북한 주민들의 새로운 저항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관측했다.

또 "민주주의와 극도로 억압되는 북한에서 아주 독창적인 주민 저항행위가 창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