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주지방법원 영동지원이 성전환수술을 받지 않은 5명에게 성별정정을 허가했다. 해당 판결 포함 최근 성전환수술 없이도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성별정정처리건수는 매년 증가추세이며, 2023년 법원의 성별정정처리 사건은 총 200건으로 그 중 허가가 169건(84.5%), 불허가가 15건(7.5%), 기타가 16건으로 법원에 성별정정신청을 한 10명 중 8명의 성별이 바뀐 셈이다. 

특히 성별정정은 가사비송사건으로 다뤄지고 있어, 통상 재판에 걸리는 시일보다 소요기간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성별정정에 소요되는 평균처리기간은 2.6개월이며 2024년 1월에서 8월까지는 2.9개월이 소요되는 등 석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최단처리기간으로는 서울서부지방법원이 2022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6건의 성별정정신청에 대해 평균 약 18일만에 허가결정을 내리기도 하였다.

이처럼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은 신청인도 성별정정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대법원 예규의 개정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2월, 법원은 유일한 성별정정의 기준이 되었던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제6조를 개정하며 기존 성별정정기준을‘허가기준’에서‘참고사항’으로 변경하였다.

성별정정 허가를 위해 필수조사사항이었던 ▲성전환수술여부 ▲혼인여부 ▲미성년자녀 여부 등이 단순한 참고사항으로 변경된 것이다.

해당 대법원 예규가 개정된 이후 2021년 10월에는 수원가정법원에서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은 여성에 대해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항소심 결정이 내려졌고, 심지어 2022년 11월에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가 있지만, 혼인상태가 아닌 성전환자에게도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성별정정의 최소한의 요건이자 기준이 되었던 성전환수술여부를 법원이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호르몬치료나 정신과치료만 받고있는 경우도 손쉽게 반대의 성으로 성별정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갈수록 완화되는 법원의 성별정정허가 기준이 사회적 부작용이나 위험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17년 영국에서는 각종범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카렌 화이트(남성)가 트랜스젠더임을 주장하며 남성 교도소에서 여성 교도소로 이감된 뒤 수감자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2024년 3월 미국에서는 성전환수술을 하지 않은 리아토마스가 미국대학선수권 여자 수영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두고 전현직 여성 운동선수들이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를 상대로 공정성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

조배숙 의원은 “성별정정을 신청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기준인 성전환수술까지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국민눈높이에 맞는 명확한 기준을 통해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해야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배숙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 동안 법원의 성별정정허가 실태에 관한 체계적인 감사를 진행하며 법원 측과 개선책 마련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며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