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 전 전북지사가 전주 현대미술관(관장 이기전)에서 10월 11일부터 11월 10일까지 한 달간 ‘거침없이 쓴다’ 서예 초대전을 통해 115점의 작품을 전북특별자치도민들에게 선보인다.

송 전 지사는 지난 2022년 6월 말 도지사직을 마친 후 자신의 젊은 시절 좋아했던 서예와 시문학에 심취하며 몰입했다. 그간 정신없이 바쁜 공사다망한 공직 생활을 마치고 여유로운 마음에서 틈나는 대로 손수 제작한 220점 중 105점을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서예전을 열어 많은 관람객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전시회를 마쳤다. 

이어서 전주 현대미술관에서 전북특별자치도민들에게 가을 정취 물씬 나는 계절에 자신의 서예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거침없이 쓴다’ 서예 초대 전시회는 11일 오후 5시에 개관식을 가지며, 사전에 문화공연 등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여러 모양으로 예술의 향기를 전한다.

푸른돌 취석 송하진 서예가는 대한민국의 여느 서예가와 마찬가지로 코흘리개 어린 시절부터 장년이 넘은 50대 후반까지는 구양순, 안진경, 동기창, 황산곡, 하소기, 왕탁, 등 주로 중국 법첩 위주의 서예를 보고 읽고 쓰며 공부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60대로 접어들면서 서예의 대중성과 한국성, 그리고 세계성을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표적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 창암 이삼만, 원교 이광사, 소전 손재형, 강암 송성용, 일중 김충현, 남정 최정균, 평보 서희환을 비롯하여 여러 현대 한국 서예가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들의 작품 속에서 느끼는 서예의 예술적인 면과 한국서예만의 빼어나고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인식한 것이다. 

이처럼 그간 과거의 중국 법첩 위주의 서예 공부를 하고 나서 조선과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는 서예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배우고 읽히는 동안 일취월장 발전하여 계란이 부화되어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처럼 취석만의 독특한 서예의 세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에서 천의무봉으로 거침없이 쓴 취석 서예가만의 독특한 서예 세계를 선보여서 우리가 이번 서예 초대 전시회를 특별히 더 주목하게 된다.

이번 전시회에서 취석 서예가는 이처럼 시대적으로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환경 속에서 한국 서예가 나가야 할 새로운 길로 다음 네 가지를 제시하여 변화를 바라는 한국 서예가들을 더 주목하게 만들었다. 

첫째 ‘거침없이 쓰는 서예’를 제시하여 서예인을 주목하게 한다. 취석 서예가는 거침없이 쓰는 서예란 과거의 법칙, 방식, 형식, 틀 등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쓰는 서예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취석 서예가는 또한, 서예가 추구하는 아름다움(美)의 개념을 ‘곱고 예쁘고 정돈된 글씨’를 뛰어넘어 ‘거칠고 흩날리고 자유분방한 글씨’ 등 그 개념을 무제한 확장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작품의 구성과 배치 등 장법 결구도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보았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이 일부 젊은 서예가들에 의해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서예의 미래는 더 밝다고 취석 서예가는 말한다.

둘째, 한글이 주인이 되는 서예를 주장하고 있다. ‘서예’ 하면 한자와 한문을 위주로 배우고 작품도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현실을 변화시켜 세계의 수많은 문자를 모두 자유롭게 소재로 하되 우리 한글이 주인이 되는 서예를 하자고 제안하여 더 주목하게 된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의 역사도 오래되어 600년이나 되어가고, 우리 한글이 이제 세계적으로도 가장 과학적이고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글씨로 인정받고 있는 때가 지금 우리 시대이다. 이제 우리 한글이 당연히 서예의 주인이 될 때가 된 것이라고 본 것이다. 취석 서예가는 행정가와 정치가로서 오랜 기간 삶의 현장에서 대중들이 현판이나 간판, 서예 작품을 접할 때마다 어려운 한자와 문장의 어순과 필순(筆順)의 반대 현상, 그리고 서체의 어려움 때문에 난감해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한글이 주인이 되는 서예로의 변화 필요성을 크게 느껴왔다고 밝혔다.

취석 서예가는 한국, 중국, 일본은 모두 같은 한자문화권이기 때문에 서예를 하는 사람끼리의 서예계 내부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한자가 주인이 되는 중국 서예로, 일본은 일본어가 주인이 되는 일본 서예로, 한국은 한글이 주인이 되는 한국 서예로 발전되어야 국적이 분명한 서예의 다양성이 이뤄지고, 그 다양성을 바탕으로 진정한 서예의 세계화도 이룰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크게 기대하는 요즈음 화두인 ‘K-서예’의 지름길인 것이다. 한글만으로도 서예가 충분히 세계적 예술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그래야 한국서예가 대중성과 한국성, 그리고 진정한 세계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취석 서예가는 보았다. 이런 취지의 연장으로 선생은 아호를 말할 때 꼭 ‘푸른돌 취석’이라고 한글과 한문 아호를 함께 언급한다.

 

셋째, 취석 서예가는 다른 서예가와 달리 오른쪽으로 쓰는 서예를 주장한다. 서예 작품에 있어 문장의 어순(語順)은 왼쪽에서 오른쪽을 향하고 있으나 글씨를 쓰는 필순(筆順)은 그 반대로 대부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향하는 것이 인습적 관행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글의 어순과 필순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따라서 취석 서예가는 서예 작품의 경우에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오른쪽 서예를 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고, 특히 젊은 층의 호응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하여 우리가 특히 주목하게 된다.

넷째, 취석 서예가는 한국만의 독창성이 있는 진정한 한국서예를 추구하고 있다. 취석 서예가는 '광개토대왕비'나 한글 궁체처럼 서예 작품에서 한국적 느낌과 맛, 분위기가 우러나와야 한국성이 있는 진정한 한국서예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 서예나 일본 서예와 확연히 다른 한국성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앞으로 끊임없는 탐색과 논쟁이 필요하다. 가령 '삼국사기'에 기록된 ‘화이불치 검이불루(華而不侈 儉而不陋: 아름답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다)’와 같은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주장한다.

송 서예가는 이번 초대 전시회에서 거침없이 쓰는 서예, 한글이 주인이 되는 서예, 오른쪽 서예, 한국성을 추구하는 서예를 유감없이 선보여서 더없이 크게 주목하게 된다. 취석 서예가만의 독특한 작품을 통해 한국 서예 예술의 다양성과 대중성을 향한 노력 또한 크게 돋보이고 있어 조부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서풍을 선보이게 됨으로써 앞으로 더 훌륭한 서예가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푸른돌 취석 송하진 서예가는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 서예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누구나 꿈이 있듯이 저 송하진은 어려서부터 글 잘 짓고 글씨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저는 42년이란 제법 긴 세월을 행정과 정치마당에서 일해왔습니다. 그러나 공심으로 전심전력했던 그 힘든 세월에도 저의 꿈은 결코 작아지지 않고, 물레질은 계속되었습니다. 행정과 정치의 길에서 떠나온 후엔, 미친 듯이 서예에 몰입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의 꿈도 다시 일깨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간 제가 서예에 대해 품어왔던 문제점도 개선이 되어서 서예가 새롭게 발전해 가기를 소망해 봅니다.”라고 밝혀서 한 인간의 예술을 향한 구도자적인 모습과 함께 예술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진실한 모습을 보여 주었으며, 더불어 내밀한 인간적 면모도 함께 보여 주어 우리는 감동하게 된다.

푸른돌 취석 송하진 서예가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유명 미술평론가인 한국미술비평연구소 장준석 대표는 평론 '붓 하나로 화이부동 천진의 세계를 펼치다'에서 “한학을 비롯하여 서예 이론에 정통한 취석은 다양한 서체를 연구하면서 특히 ‘한국성’에 큰 관심을 두고, 한국서예의 활성화와 세계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가 한국성을 지닌 한국서예의 창출에 주목하게 된 것은 대중들이 서예를 접할 때마다 어려운 한자와 서체의 난해함 때문에 당황해하거나 난감해하는 모습을 보면서부터였다.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가는 서예를 오늘의 현실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고 밝혀 한국 서예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서예 세계 구축에 기여한 송 서예가의 예술성에 대하여 높이 평가했다.

또한, 서예가이자 평론가이기도 한 심석 김병기 교수는 “손으로 글씨를 쓰는 자체가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 앞에서 취석은 누구라도 과감히 나서서 ‘거침없이 쓰는 서예의 즐거움’을 알려야 서예가 산다는 절박한 생각을 했기에 용기 내어 자신만의 독특한 서예를 들고나온 것”이라며, “취석이 들고 나온 거침없이 쓰는 서예는 한국서예가 구현해야 할 시대정신이고, 한국의 서예를 진흥하는 유력한 대안이며,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전통 서예를 알리는 효과적인 묘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취석의 서예에 대하여 독창적이자 선구자적인 면에 방점을 두고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취석 송하진 서예가는 조선시대 말 유학자로 많은 서예 작품을 남긴 유제 송기면 선생이 할아버지이다.

한국의 꼿꼿한 마지막 선비로 돌아가실 때까지 일제에 항거하며 상투를 틀고 사시며, 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채 한평생을 사신 호남을 대표하는 한학자이자 서예가로 활동하신 부친 강암 송성용과 이도남 여사 사이에 4남 2녀 중 여섯 번째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송 서예가는 어려서부터 조부 유제 송기면과 부친 강암 송성용의 지도와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젊어서부터 붓을 놓지 않고 4,000여 점의 많은 작품을 제작하여 세상에 남겼다. 

주요 작품으로는 ‘얼굴 없는 천사비’, ‘애국지사 장현식 선생 기적비’, ‘한옥마을 풍낙헌’, ‘부안 내변산 월명암’, ‘세계 평화 명상센터 보웅대전’ 등 많은 현판, 비문, 제호 등이 있어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내에서 한평생 한 우물을 파며 일가를 이룬 예술 및 기능 명장들에게 무보수로 명장의 이름을 넣은 휘호를 써 주는 등 자신의 재능을 살려 문화예술 장인들에게 자긍심을 불어넣어 주는 등 헌신적인 기여를 한 바 있다.

푸른돌 취석은 송하진 전 지사의 아호로 한자 취석(翠石)은 한글로 푸른돌을 뜻한다고 한다.

이번 초대 서예 전시회 출품작으로 만든 책자 ‘거침없이 쓴다’ 도록에는 220여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화 문화 출판사(02-732-7091)에서 320쪽으로 발간하였다. 

한편, 현대미술관은 서양화가 이기전씨가 관장으로 있으며, 전주 남부시장에 있던 옛 초원 약품 공장을 리모델링하여 2018년 12월 8일에 문을 열었다. 1-2층은 기획전시관이고, 3층은 전시관과 공연장으로 꾸며 각종 미술작품 전시회를 열어 도민들에게 문화의 향기를 널리 전하고 있다.

위치는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98-1(구 주소 전동 3가 56-1)이고, 문의 전화는 063-284-0777이다.

개관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월요일은 휴무이다. /이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