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아파트 전기차 화재 등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고 관련 피해도 커지면서 '전기차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전국을 달구고 있다. 

정부는 12일 환경부 차관 주재로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각 부처 국장과 과장들이 참여하는 전기차 관련 긴급회의를 열었고, 13일에도 관계 부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듣고, 각 부처가 준비하는 대책에 부족한 부분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 국무조정실의 전언이 있다.

논의에 앞서 정부의 전기차 행정에 대한 반성과 문제점에 대한 조사 · 분석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11일 각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작성한 ‘주차장 안전 등 연구 보고서’에는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은 화재 안전 측면에서  지상층 옥외공간에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명시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 회의 등 의견 수렴 과정에서 “지하에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전기차 · 충전시설 보급에 부정적 영향이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전기차 화재 안전기준 개정을 위한 태스크 포스(TF)에도 지상 설치 의무화를 고려했으나 제도 개정 추진과정에서 제외됐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한다. 

국가행정은 국민의 안전과 재산 보호가 최우선이 되어야 함에도 전기차 · 충전시설 보급에 부정적 영향이 있어 어려워서 제외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라는 것은 결국 공무원이고 그 공무원이 공공행정의 목적과 우선순위를 인식하고 집행하느냐가 국민의 삶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행정의 최우선 순위가 전기차 보급이라고 하니 마치 자동차 회사 사장이 할 만한 언급을 하고 있다는 데서 국민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들이다. 

더욱이 국토교통부는 화재 사고가 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전기차 충전소의 지상 설치 의무화를 제외했다는 것이다. 공공행정의 우선순위를 모를 리는 없고 자동차 회사의 압박이나 회유가 있었는지, 왜 밧데리 결함으로 상용화가 어렵다는 평을 듣는 전기차에 대해 그동안 엄청난 보조금과 충전소 설치를 강제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반드시 국회나 감사원 등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왜냐하면 행정의 우선순위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있음을 도외시하고 자동차 회사의 세일즈맨처럼 행동하는 공무원이 나오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광주 남구는 인천 전기차 화재 발생 3개월 전 청사 지하의 전기차 충전소를 지상으로 통째 이전해 선견지명 행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11일 건물에 머무는 시민들과 직원들의 안전· 사고 예방을 최우선으로 청사 관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 광역 자치단체들도 지하에 설치돼 있던 전기차 충전기를 잇따라 지상으로 이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경남도 등 일부 지자체는 자체 조례를 통해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해 이미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았고 지난 6월에는 전기차 주차구역의 화재 예방 등에 관한 조례도 제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도 12일 관내 공영주차장 33곳 중 전기차 충전시설 및 전용구차구획이 설치된 23곳에 화재 대응시스템을 설지한다고 한다.

전주시의 경우 12일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부터 12월까지는 지하 충전시설 지상이전 지원 사업의 수요 조사를 진행 중이고, 건물 노후 정도, 소방차 등 접근 용이 정도 등을 고려해서 완속 충전기 15기(1기당 300만원)를 지원 예정이다”라며 “내년 4월부터 12월까지는 지하 충전 구역 화재안전시설 설치 지원 사업을 지상 이전이 공동 주택 3~4단지에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옥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