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사노조는 19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는 백승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교사노동조합연맹 김용서 위원장 및 집행부, 전국 가맹노조 위원장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논란이 된 전주의 한 초등학교 정서행동 위기학생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백승아 의원은 "이번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교사들은 학생에게 폭력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아동학대 신고 우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참한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더는 선생님들의 정당한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가 무고성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서행동 위기학생의 치료에는 학부모와 학생의 동의가 필수적이어서 치료를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학생들이 전문적으로 검사와 진단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심리적·정서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를 위해 참석자들은 전북교육청은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위한 병원연계형 대안공립학교를 설립하고, 국회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항(정서적 학대)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교감선생님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하며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당시 교감선생님께서 학생의 무단조퇴를 제지하던 중 벌어진 일이었으며, 이런 상황이 그날 처음 발생했던 것도 아니다. 이후 학교에 방문한 학생 보호자는 도리어 담임교사를 폭행했다.  

이를 두고, 학교가 지금까지 학생을 방관했다는 비판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교육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비판이다. 학교는, 교사는, 매일 매시간을 학생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위기학생을 방관할 수 없는 구조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학습권 보호 및 정서적 안정을 위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시도했다. 

 

수 차례 전문적인 진단과 상담치료 등을 권유했지만, 현행법상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각종 위원회를 통해 학생과 보호자에게 할 수 있는 조치도 대체로 권고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당사자가 따르지 않으면 어떠한 제지도 할 수 없다. 정서행동 위기학생을 위해 별도의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병원연계형 대안학교도 없다. 

정서행동 위기학생에게 현재 시급한 것은‘등교’가 아닌 ‘치료’다. 해당 학생이 성숙한 성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심리검사와 치료 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더불어 정서행동 위기학생과 함께 학교생할을 하고 있는 학급 학생들의 피해 또한 눈여겨 살펴봐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온 배경 중 하나는 아동복지법이다. 현재 교사들은 수업 중 태블릿으로 다른 콘텐츠를 보는 학생을 지도했다, 수업방해를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17조 5항(정서적 학대)에 ‘학대의 목적으로 지속적·고의적으로 행위하지 않는 한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라는 단서조항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다. 

끝으로 교사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학생과 학부모는 수요자라는 논리가 우리 사회에 자리잡기 시작하며 모든 비극이 시작됐다. 우리가 서고 싶은 교단은 세금낸만큼 받아야하는 서비스의 장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인간대 인간으로서 교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다. 교사-학생-학부모간 새로운 관계정립을 위한 철학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책임에 권한을, 권한에 책임을 바탕으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북교육청은 "전주A초 사안 발생 직후부터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을 위한 대책을 고심해 왔고, 이를 위한 병원 연계형 대안 기관 설립도 검토 중에 있다"며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사와 학생 학습권 보호를 위한 교사노조의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도의 어려움은 단순히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17개 시도의 많은 교사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로, 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을 통한 교육부 차원의 대안 마련과 동시에 교육청 차원에서도 실질적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자리에 함께 한 피해학생 학부모는 "우리 아이를 포함한 같은 반 학생 24명 모두는 스스로 죄책감에 빠져 하루하루를 불안과 공포에 살고 있다"며 "전주시청과 전북교육청 그리고 전북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외면하지 말고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하소연했다.

/장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