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민영화 논란 접고 대화 나서야

철도노조 파업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파업 14일째인 22일 민주노총에 공권력을 투입,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강제 구인을 시도했다. 5천명의 병력을 동원한 경찰은 건물 유리문을 부수고 진입했고, 노조원 수백 명은 물을 뿌리며 저항하는 등 하루 종일 긴장이 감돌았다. 그러나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 지도부는 이미 건물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하루 종일 헛발질만 했다. 민주노총에 경찰이 진입한 것은 1995년 민노총 설립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공권력 투입 이후 합동기자회견까지 열어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새누리당은 시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파업 종결이 아닌 더 큰 불행의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감정싸움만 증폭되는 분위기다.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이 파업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돼선 안 된다.
철도노조 파업을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하고 답답하다. 가장 큰 문제는 상호불신이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철도 민영화는 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노조 측은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양쪽의 불신이 깊은 만큼 제3자의 조정과 중재가 필요하다.
전국철도노조가 파업돌입의 직접적인 명분으로 내세운 부문은 수서발 KTX가 철도 민영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수서발 KTX는 서울 수서를 출발해 경부선 평택역까지 이어지는 수도권 고속철도이다. 4조 원 가량이 투자돼 2015년 12월 개통 예정이다. 문제는 코레일이 수서발 KTX를 별도 자회사로 설립키로 한 것이다. 이는 철도노조로 하여금 수서발 KTX의 민영화 우려를 낳았다. 수서발 KTX를 민영화하면 현행 코레일과 경쟁체제로 운영돼 코레일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또 철도의 민영화는 요금인상과 시설투자 감소로 이어져 철도산업의 발전을 지연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앞에서는 민영화는 안 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에서 철도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대놓고 말한 적도 있다. 게다가 파업 중인 노조는 대화를 하자고 하는데 정부에서는 대량 직위해제 등으로 맞서는 상황이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의 책임은 정치권에도 있다. 새누리당은 파업의 불법성을 부각하면서 정부의 강경 대응만 부추기고 있다. 민주당은 노조 탄압이라고 반박했을 뿐 해결책이라고는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두 차례 소집된 국회 상임위도 여야 합의가 불발해 파행을 거듭했다. 국토부 장관과 코레일 사장 등 정부측 관계자들은 아예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철도노조 파업이 2주일을 넘기면서 대체인력 투입을 통한 철도 운행은 한계에 이르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파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에 참여하는 근로자들의 피로가 누적돼 대형 인명 사고 같은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코레일의 민영화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없어야 한다. 사회 경제적 손실이 더 커지지 않도록 노사정 모두의 양보와 진정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강경투쟁과 강경대응 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노사정이 이제라도 보여주기 바란다.

신 영 규/전북문협신문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