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의자를 돌리며 앉아서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이 남자들의 로망이었을까. ‘빙글빙글 도는 의자 회전의자에/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주인이지.’ 60년대, 한 시대를 풍미했던 ‘회전의자’라는 노래의 앞 구절이다. 그러나 의자에는 임자가 분명히 따로 있다. 

그릇이 사람의 됨됨이나 능력과 인품을 은유한다면 의자는 사람의 신분과 지위를 상징한다. 사람의 그릇은 훈련과 교육으로 수양되어 지지만 지위는 요건에 맞는 수준과 운칠기삼의 영향을 받는다. 

의자를 상징하는 이름도 다양하다. 임금이 앉은 자리는 용상이고 보좌이며 옥좌다. 이집트의 박물관에 9살에 즉위한 투탕카멘왕의 황금의자는 유사이래의 권좌를 대변한다.

용상에 앉아야 만백성의 군주가 되어 만조백관과 만군을 거느린다. 비단 임금의 자리뿐만 아니다. 왕조 시대에서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리는 그 자리만큼의 가치가 있고 그만큼의 권력을 누린다. 아직도 계급사회의 의자는 너무나도 엄혹해서 자리가 정해져 있다. 

자리가 사람을 대변한다. 그 권좌에 앉게 될 때 비로소 그 사람이 빛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을 증명한다. 그 위치에 오르게 되면 사람이 그럴듯해 보인다. 그 위치 그 자리에 걸맞게 노력한다는 뜻 일게다. 권좌의 주인공이 되면 사람이 따르고 예우가 달라진다. 권좌에 올랐을 때 권위를 악용해 권력을 남용하는데서 부작용이 생긴다. 자리에 걸맞게 자기관리에 철저 한다면 불미스러운 문제가 발생할리 없다. 천하를 호령하는 자리에 앉는다 해도 한시적 이라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결국 임시직이고 기간 제에 불과한 것을 영원한 권좌로 착각한다.

누구나 좋은 자리 빛나는 자리에 앉고 싶은 욕망이 있다. 단적인 예로 행사가 끝나고 기념촬영 할 때보면 앞자리 의자에는 회장 단체장 수상자 등 주인공들이 앉을 자리가 정해져있기 마련이다. 간혹 상석의 유혹에 분수를 망각한 사람들이 있어 빈축을 사곤 한다. 

성경말씀에도 ‘잔치에 청함을 받을 때에 높은 자리에 앉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너보다 더 높은 사람이 청함을 받은 경우에 너와 그를 청한 사람이 와서 너더러 이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라 하리니 그때에 네가 부끄러워 끝자리로 가게 되리라. 청함을 받았을 때에 차라리 가서 끝자리에 앉으라. 그러면 너를 청한자가 와서 너더러 벗이여 올라앉으라 하리니 그때에야 함께 앉은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이 있으리라. 무릇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눅14:7-11) 인간의 미덕이 겸손함에 있음을 곱씹어보게 되는 경구이리라.

회전의자 노래 끝부분에 ‘억울하면 출세를 하라’고 외친다. 선거철이 되면 출세를 하려고 혈안이 된다. 국회의원 지자체장이나 시, 도의원 선거 날이 가까울수록 자리다툼이 치열하고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이다. 의자의 임자는 따로 정해져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날마다 의자를 닦고 바르게 앉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복지국가를 위하여! 국민을 위하여! 라고 경쟁적으로 공약을 쏟아내지만 표면적 이유일 뿐 속셈은 권좌의 세도와 탐욕으로 속이 시커멓다. 우리나라 선거 풍토가 언제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갖춘 참된 지도자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진정한 애국애족의 정신의 정의로운 지도자, 희생과 봉사의 일념으로 선진복지국가의 정책 대결로 선거유세를 하는 인물을 기대하는 건 요원한 꿈일까?

박순희 / 수필가